‘폐쇄’ 엄포 8개월… 칼도 못 뽑는 집창촌 정비

입력 2015-08-19 02:46

정부가 전국 집창촌 폐쇄 방침을 발표한 지 8개월이 넘었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 부족, 성매매 종사자 반대 등을 이유로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어 당초 계획이 겉돌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의 전국 집창촌 폐쇄 방침 발표 등이 나오자 대구에서도 대표 집창촌인 ‘자갈마당’을 폐쇄·개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었다.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가 만들어졌고 대구시와 중구는 ‘순종황제 어가길’, 문화·예술 창조 공간 조성 등 집창촌 폐쇄·개발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냈다. 하지만 현재 이런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대구시나 중구 모두 예산 때문에 자갈마당 일대 개발이 어렵다며 손을 놓고 있다.

대구 중구 관계자는 “단속을 통한 자갈마당 폐쇄 노력은 사실상 한계가 있다”며 “국비 지원이 있어야 폐쇄와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북지역 대표 집창촌인 ‘선미촌’ 해체를 선언했던 전주시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집장촌을 폐쇄하고 선미촌 일대 2만3000여㎡에 100억원을 들여 한옥 게스트하우스 거리, 협동조합 특화거리 등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성매매 업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 역시 여성가족부 지원을 받아 대인동 ‘유리방’과 월산동 ‘닭전머리’ 폐쇄를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광주시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직업전환 상담은 물론 주거·의료·법률·경제적 자립 지원사업 등을 벌이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폐쇄·개발 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천 남구도 숭의동 ‘옐로하우스’ 폐쇄·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0년 일찌감치 옐로하우스 일대 3만3850㎡에 대해 도시정비계획 사업시행을 인가했지만 아직까지 폐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로 사업추진도 멈춰있는 상태다. 지난해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정부 발표 등으로 분위기를 타면서 폐쇄가 다시 거론됐지만 성과는 없었다.

경기도 파주시도 갈 길이 멀다. 대표 집창촌인 ‘용주골’ 일대에 19만㎡에 이르는 대단지 아파트 단지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이달 초 이 일대를 재개발 정비 구역 지정했다. 하지만개발이 이뤄질지도 불확실한데다 추진위 구성, 조합 설립 인가, 시공사 선정 등 많은 관문이 남아있다.

이에 지자체들이 2013년 10월 문을 닫은 춘천 ‘난초촌’ 사례처럼 의지를 갖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원도 춘천시는 당시 난초촌 일대 성매매 업소 건물 등을 직접 매입해 철거했으며, 난초촌에 거주하던 업주와 세입자, 거주자 등 60여명에게 주거 이전비를 지급했다. 또 ‘피해여성 자활지원 운영 조례’를 만들어 50여명의 탈성매매 여성들에게 5억2000만원의 특별생계비를 지원해 ‘평화적인 폐쇄’라는 성과를 냈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