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여당 초선 국회의원 진상필. 해고노동자 출신으로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지만 순수함과 우직함으로 국민 편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런 그가 지역구에서 추진 중인 동남권 신항만 유치 토론회에 참석한다. 토론회가 끝난 뒤 화장실에 들른 진상필은 자신을 따라온 지역 유지로부터 뒷거래 제안을 받는다.
“내, 우리 회사 직원하고 단체 회원들 해서 300표는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보좌관한테 아들 놈 이력서 한 통 쥐어줄 테니까 대기업 특채 자리 있으면 알아봐줘.” 대꾸 없이 나온 진상필은 돌아가는 차 안에서 보좌관에게 이력서를 찢어버리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국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KBS 2TV 정치드라마 ‘어셈블리’에 나오는 장면이다.
술수와 부정이 횡행하고 지역구 민원이 쏟아지는 현실 정치권에선 진상필(정재영 분) 같은 국회의원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은 비정상적인 갖가지 민원 처리도 지역구 관리로 치부하는 상황이라 ‘사소한’ 인사 청탁의 경우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않을 게다. 다른 사람의 민원도 그럴진대 자신의 자녀 취업 문제에 대해선 오죽하랴.
최근 국회의원들의 취업 청탁 논란은 공직자의 윤리 의식 부재를 보여준다. 딸의 취업을 위해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전화로 청탁한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례는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한 전형적인 ‘갑질’ 행위다. 앞서 문희상 새정치연합 의원이 고교 후배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청탁한 의혹은 수사 중이다. 아들이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로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에 휩싸인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결백을 주장하지만 석연치 않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당원들이 신항만 유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당협위원장 불신임 안건을 올린 총회에서 진상필은 진심을 토로한다. 지역 이기주의에 앞장서는 영업사원이 아니라 국민에게 떳떳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고. 이런 국회의원 어디 없소?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국회의원 갑질과 ‘어셈블리’
입력 2015-08-19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