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대선개입 의혹,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민간인 해킹의혹 사건 등으로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서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창설된 지 54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치로부터 독립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그동안 정치권이 국정원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개혁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상유지를 고집하는 집권세력과 대대적 수술을 강조하는 야당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정과제가 됐다. 최근의 해킹의혹 논란에서 확인된 것처럼 국정원이 정치에 매몰될 경우 직접 국익을 해치게 된다. 국가안보를 지키는 명실상부한 정보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구축하려면 정치권 전체로부터 독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위한 제도적,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개혁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는 시점에 새누리당이 개혁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할 것을 제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양당이 생각하는 개혁의 의도와 방향은 적잖이 다르지만 국정원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 자체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앞장서서 논의를 독려해야겠다.
논의 기구에 국회의원 이외에 민간 전문가를 다수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개혁의 핵심 과제가 정치권 독립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이긴 하지만 원장과 모든 직원은 어느 정파에도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걸 위해 원장 임기제를 도입하되 임명 시 국회 동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유능한 인사가 원장을 맡아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소신껏 직무를 수행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야당 일각에서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 기능을 독립기관으로 분리하는 방안, 범죄수사권을 회수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으나 분단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 판단된다. 국정원의 힘을 빼기 위한 정략에서 비롯됐다는 여당 주장은 일리가 있다.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면 이런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사설] 국정원 개혁, 여야가 머리 맞대야 가능하다
입력 2015-08-19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