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서정원 수원 감독 ‘부드러운 리더십’ 선수를 춤추게 하다

입력 2015-08-19 02:45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 지난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과의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 경기에서 2대 1 승리를 거둔 뒤 이날 출장하지 못하고 벤치를 지킨 수비수 신세계를 격려하고 있다. 수원 삼성 제공

2012년 12월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수원 삼성의 코치로 있던 서정원(45)이 지휘봉을 잡자 주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정원은 너무 순해 수원을 이끌기 힘들 것이다.” 서 감독은 속으로 되뇌었다.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오.” 2013 시즌엔 좋지 않았다. 5위에 그쳤다. 그러나 2014 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더니 올해도 13승7무5패(승점 46)로 전북 현대(승점 53)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서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거함’ 수원이 순항 중이다.

수원은 지난 1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4대 2 역전승을 거뒀다. 2골 2도움을 올린 ‘이적생’ 조찬호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수원 관계자들은 “조성진, 곽희주, 홍철 등 주축 수비수들이 지난주 잇따라 다치는 등 전력 누수가 심한 상황에서 서 감독이 팀을 하나로 잘 묶은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 감독의 리더십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감독이 선수들을 신뢰하고, 선수들이 감독을 신뢰하는 것이다. 이런 리더십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일단 통하면 무서운 힘이 나온다. 서 감독이 호통 대신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함께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자 ‘모래알’ 같았던 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또 다른 장점은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 월드컵(1990·1994·1998년)에 세 차례나 출전했으며 유럽 무대도 누볐다. 이런 경험 덕분에 서 감독은 선수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팀에 목표 의식을 심어 줄 수 있었다.

선수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려고 하는 서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다. 매년 겨울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 유럽의 1부 리그 경기들을 지켜보고 연구한다. 그 결과를 수원의 전술에 녹였다. 부임 첫해에 ‘패스 축구’로 팀 체질을 바꿨다. 이듬해엔 선 굵은 플레이를 접목해 좋은 성과를 냈으며, 올 시즌에는 전방 압박과 유기적인 공격 플레이로 무장해 위용을 떨치고 있다.

수원은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9경기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성남 FC(승점 38·4위)와 만난다. 수원이 창이라면 성남은 방패다. 올 시즌 수원은 25경기에서 41득점(27실점)을 올려 전북과 이 부분 공동 1위다. 반면 성남은 24실점(29득점)밖에 하지 않아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상위권의 순위가 요동칠 전망이다.

서 감독은 “예전이라면 로테이션을 돌려 체력 안배를 꾀하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며 “팀 상황이 답답하지만 잘 준비해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