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수원 삼성의 코치로 있던 서정원(45)이 지휘봉을 잡자 주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정원은 너무 순해 수원을 이끌기 힘들 것이다.” 서 감독은 속으로 되뇌었다.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오.” 2013 시즌엔 좋지 않았다. 5위에 그쳤다. 그러나 2014 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더니 올해도 13승7무5패(승점 46)로 전북 현대(승점 53)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서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거함’ 수원이 순항 중이다.
수원은 지난 1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4대 2 역전승을 거뒀다. 2골 2도움을 올린 ‘이적생’ 조찬호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수원 관계자들은 “조성진, 곽희주, 홍철 등 주축 수비수들이 지난주 잇따라 다치는 등 전력 누수가 심한 상황에서 서 감독이 팀을 하나로 잘 묶은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 감독의 리더십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감독이 선수들을 신뢰하고, 선수들이 감독을 신뢰하는 것이다. 이런 리더십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일단 통하면 무서운 힘이 나온다. 서 감독이 호통 대신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함께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자 ‘모래알’ 같았던 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또 다른 장점은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 월드컵(1990·1994·1998년)에 세 차례나 출전했으며 유럽 무대도 누볐다. 이런 경험 덕분에 서 감독은 선수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팀에 목표 의식을 심어 줄 수 있었다.
선수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려고 하는 서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다. 매년 겨울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 유럽의 1부 리그 경기들을 지켜보고 연구한다. 그 결과를 수원의 전술에 녹였다. 부임 첫해에 ‘패스 축구’로 팀 체질을 바꿨다. 이듬해엔 선 굵은 플레이를 접목해 좋은 성과를 냈으며, 올 시즌에는 전방 압박과 유기적인 공격 플레이로 무장해 위용을 떨치고 있다.
수원은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9경기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성남 FC(승점 38·4위)와 만난다. 수원이 창이라면 성남은 방패다. 올 시즌 수원은 25경기에서 41득점(27실점)을 올려 전북과 이 부분 공동 1위다. 반면 성남은 24실점(29득점)밖에 하지 않아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상위권의 순위가 요동칠 전망이다.
서 감독은 “예전이라면 로테이션을 돌려 체력 안배를 꾀하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며 “팀 상황이 답답하지만 잘 준비해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프로축구] 서정원 수원 감독 ‘부드러운 리더십’ 선수를 춤추게 하다
입력 2015-08-19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