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지인들을 만나고 있다.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2년간 우즈베키스탄에 파견되기 때문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그동안 만나지 못한다 생각하니 슬픈 기분이 들었다.
어제는 무려 10년째 연을 이어온 친구를 만났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잡지사 인터뷰를 통해서였는데 그 장소가 조금 특이했다. 그곳은 바로 앞에는 산, 뒤에는 강이 흐르는 천문대였다. 그는 별이 좋아서 산 속에 천문대를 짓고 아이들에게 별 이야기를 해주던 분이었다. 함께 인터뷰를 한 친구와 나는 천문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별난 아이들과도 친구가 됐다. 특별한 날이면 어느 카페에 모여 함께 축하했고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번은 카페 사장님이 우리더러 그러는 거다. “나이대가 다른데도 친구가 돼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치즈와 커피는 서비스입니다. 가실 때까지 문 안 닫을 테니 마음껏 이야기하세요.”
그날의 모임은 카페 사장님과 그곳 아르바이트생까지 합세해 더욱 풍성해졌다. 자주 모이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한 번 만나면 아주 많이 먹고 마시면서 오랫동안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사이 천문대는 나이 들고 힘이 없어져 문을 닫기도 했고 누구는 결혼을 해 제주로 떠났고 또 누구는 해외로 떠나기도 했다.
그리하여 어제의 모임에는 나와 천문대장님(우리는 그분을 그렇게 불렀다)만 참여했다. 우리는 추억을 되짚으며 자주 갔던 카페 이야기를 했다. 그가 그랬다. “다들 먼 곳으로 떠나면 여기 남은 나는 추억을 곱씹을 수밖에. 그런데 아쉽게도 추억할 장소들이 많이 사라졌어.”
그랬다. 우리가 즐겨 가던, 그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마저 무슨 체인점으로 바뀌었다. 한 장소가 바뀔 때마다 수십가지의 추억이 상처받는 듯했다. 대장님은 내 어깨를 토닥이며 변하지 않고 지킬 수 있는 장소는 마음밖에 없다고, 그러니 걱정 말고 잘 다녀오라 하셨다. 나는 그것이 최고의 작별 선물이라 생각했다.
곽효정(에세이스트)
[살며 사랑하며-곽효정] 최고의 작별 선물
입력 2015-08-19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