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도심서 폭탄 폭발… 27명 사망 80여명 부상

입력 2015-08-18 03:29
태국 수도 방콕의 유명 관광지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최소 27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부상했다. 도심 번화가인 데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이고, 퇴근 혼잡 시간대에 사고가 발생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과 현지 언론은 17일 오후 7시15분쯤(현지시간) 방콕 치드롬 지역의 힌두교 사원인 에라완 사원 인근에서 폭탄이 터져 사원 근처에 있던 행인과 외국인 관광객 등 100여명이 사망하거나 다쳤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사망자 27명에는 중국인 2명과 필리핀인 1명이 포함돼 있으며 10명은 남성, 17명은 여성이라고 보도했다. 부상자 대다수는 중국과 대만에서 온 관광객으로 알려졌다.

프라윗 웡수웡 태국 국방장관은 “관광산업에 피해를 주려는 목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노린 테러로 보인다”며 “TNT 폭탄이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고가 군부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과거 정치 관련 시위가 자주 열렸던 라차프라송 교차로다. 이곳은 방콕의 상업지역이자 주요 관광지 중 하나로 매일 수천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방문하며 인근에 특급 호텔들과 대형 쇼핑몰 여러 곳이 위치해 있다. 폭탄이 터진 에라완 사원 앞마당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으며 현장에는 불에 탄 오토바이와 시신이 흩어져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현지 경찰은 오토바이에 실려 있던 폭탄이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현장 근처에 있던 시민 에릭 셀딘은 “인근의 호텔에서 저녁을 먹다가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큰 폭발음을 들었다”면서 “사원 근처에서 시신 몇 구가 흰 천으로 덮여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태국은 관광객에게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난해 쿠데타로 군부 정권이 들어서고 국민의 정치 참여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하면서 반군부 시위가 우려돼 왔다. 특히 태국 남부 지역에서는 자치 독립을 요구하는 이슬람 반군의 테러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 2월에는 방콕의 호화 쇼핑몰에서 두 개의 폭탄이 터져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4월에는 휴양지인 사무이 섬에서 차량폭탄 사고가 발생했다.

프라웃 타본시리 태국 경찰청 대변인은 “사원 반대편에서 아직 터지지 않은 또 다른 폭탄도 찾아냈다”면서 “부상자 중에는 외국인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주태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18일 오전 12시30분(한국시간) 현재 “한국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지는 않았다”면서 “계속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