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연속 잠자지 않고 일하기, 유방암 판정을 받은 직원을 ‘성과 개선’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에 집어넣기, 끊임없는 상관의 감시, 직원 상호 간 고발 독려….
뉴욕타임스(NYT)가 묘사한 ‘공룡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닷컴 직원들이 처한 업무 환경이다. 이 신문은 16일(현지시간) ‘아마존의 힘들고 공포스러운 직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마존닷컴이 성장을 위해 직원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시험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아마존닷컴의 전·현직 직원 100여명을 인터뷰해 기사를 작성했다.
아마존닷컴 직원들은 14가지의 리더십 원칙이 적힌 손바닥만한 카드를 들고 다닌다. 이 리더십 원칙은 능력 있는 사람을 고용하고 계발시킬 것, 일반 직원도 오너십을 습관화할 것, 일에 깊이 몰입할 것, 운동선수처럼 지구력을 갖고 빠르게 일할 것, 크게 생각할 것 등을 담고 있다.
NYT는 아마존닷컴이 직원들을 쥐어짜내며 지금 위치에 올라선 것이며 이런 문화에 지친 이들은 스스로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케팅팀에서 2년을 채 버티지 못한 보 올슨은 “회의를 마치고 나면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며 “같이 일했던 대다수 동료가 자신의 책상에 앉아 울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아마존닷컴의 전 인사담당 임원은 아마존닷컴의 시스템에 대해 적자생존에 가까운 ‘목적주의적 다윈주의’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아마존닷컴이 직원들을 최대한 쥐어짜는 능력 때문에 이전보다 강해졌으며 지난달에는 월마트를 넘어 최대 시장가치 소매기업이 됐다면서 하위직 근로자에게도 비밀준수 협약을 강요해 회사 내부의 모습은 대부분 미스터리라고 꼬집었다. 회사 일에 매진하든가, 회사를 떠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았다는 것이 NYT 인터뷰에 응한 직원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한 직원은 “아마존의 기업문화가 적자생존과 자연도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NYT 보도에 대해 제프 베조스 아마존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보도에 나온 내용은 내가 아는 아마존과는 거리가 멀고 나라도 그런 회사는 떠나겠다”고 주장했다. 또 “그런 영혼이 없고 비관적인 직장이라면 기술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종류의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인사부나 자신에게 직접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아마존, 실리콘밸리의 또다른 정글…NYT, 아마존닷컴 비인간적 근로조건 폭로
입력 2015-08-18 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