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독립문역 주변 지름 3m, 여의도에선 1m 구덩이…집중호우 여름철 ‘싱크홀 공포’

입력 2015-08-18 03:24
소나기가 퍼부은 16일 오후 7시쯤 서울 종로구 지하철 독립문역 2번 출구 근처의 도로 한쪽이 무너져 내렸다. 인도 바로 옆에 지름 3m, 깊이 2m ‘싱크홀’(지반 침하로 생긴 구덩이)이 생겼고 1t 청소차의 바퀴가 빠졌다(사진). 주민 김모(44·여)씨는 “차가 빠졌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무서워서 지나다닐 수 있겠느냐”고 했다.

싱크홀이 발생한 현장은 지난 5일부터 하수관 교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길이 17m 하수관의 폭을 1m에서 1.35m로 넓히는 작업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땅을 파고 공사한 뒤 다음날 공사 전까지 통행을 위해 임시로 땅을 메우고 가포장한다. 종로구 관계자는 “순간적으로 쏟아진 많은 비에 흙이 쓸려가면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17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7시쯤 한국전력 남서울본부 경비원이 LG트윈타워 뒤편 2차선 도로에 생긴 지름 1m, 깊이 3m 싱크홀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잦은 계절이 찾아오면서 싱크홀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부터 5년간 발생한 도로 함몰 3328건 가운데 40%인 1334건이 여름철(6∼8월)에 집중됐다. 12월과 1월에 80∼90건 수준이던 도로 함몰은 7∼8월 5배 가까이 증가한다.

원인은 집중호우와 낡은 하수관이다. 30년 이상 된 하수관은 관로 부식, 파손, 누수 등이 잦다. 특히 집중호우로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토사가 하수관의 연결 부위를 손상시키면 누수로 지반침하에 가속도가 붙는다. 2010∼2014년 서울 도로 함몰 중 84.6%는 노후 하수관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수관 정비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종로구 관계자는 “숭인동∼창신동 길이 260m 노후 하수관을 교체하는 데 1억9000만원이 들었다”며 “종로구는 노후 하수관 길이가 44㎞에 달해 일제 정비는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2013년 기준으로 서울시내 하수관 1만392㎞ 가운데 30년 이상 노후 하수관은 5023㎞(48%)나 된다. 서울시는 재정 부족으로 노후 하수관 정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