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함).”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꺼내놓은 자기 평가다. 당 주류인 친노(친노무현)계가 아닌 비주류 출신으로 원내사령탑에 오른 이 원내대표는 취임 후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회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키며 대여(對與)전선에선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당내에선 비주류만을 대변하는 ‘반쪽 원내대표’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4·29재보선 패배 여파가 계속된 지난 5월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당선됐다.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회법 개정안 등 민감한 현안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을 비교적 매끈하게 처리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를 놓고 여당 내부의 자중지란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 자신도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성과로 꼽았다. 그는 간담회에서 “당내 반발을 예견하면서도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관철시켰지만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좌절됐다”고 말했다. 또 아동 대상 강력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 통과와 메르스 피해 병·의원 보상지원 예산 확보 등도 자신의 성과로 제시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특히 지난달 26일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폭탄선언’에 대한 비판이 많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매우 세밀하게 추진해도 될까 말까 한 것을 이 원내대표가 대놓고 얘기하는 바람에 이제 의원 정수 문제는 꺼내지도 못하게 됐다”며 “아직 민심을 제대로 못 읽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이 원내대표가 ‘메르스(사태) 100배’라고 규정한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진상조사도 현재까지 특별한 성과가 없어 이 원내대표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이 원내대표가 비주류 측만 대변하며 문재인 대표와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1야당의 ‘투 톱’이 주요 현안마다 서로 균열만 드러냈다는 혹평이다.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가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했을 때 ‘당무 거부’까지 하며 20여일간 갈등을 이어갔다. 최근엔 문 대표에 비판적인 광주·전남 의원들의 회동에도 참가해 “원내대표가 당내 갈등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두 사람의 충돌이 무조건 이 원내대표 때문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문 대표 역시 이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포기를 시사했을 때와 의원 정수 확대를 언급했을 때 “이 원내대표의 개인적 의견”이라고 일축했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 “더 큰 갈등을 막아내는 완충 역할을 했다고 감히 자부한다”며 “더 커질 갈등과 균형은 제가 역할을 다해 막고, 다르지만 틀리지 않다는 전제 하에서 당의 양 날개가 같이 잘 펄럭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올해 정기국회와 관련해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전쟁과 예산투쟁,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민주화 시즌2’를 키워드로 내걸었다. 또 신당 움직임에 대해선 “제가 탈당만 3번 했다”면서 “각 번호를 넘나들면서 (4번 모두 당선됐는데) 이번엔 번호를 유지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은 예감”이라고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이종걸 원내대표 취임 100일] “갈등 완충역할 했다고 자부”… 文 대표와 대립각
입력 2015-08-18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