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해법 딜레마] ‘5·24 해제’ 반전카드 없나… 정치권 공론화

입력 2015-08-18 02:32

정치권으로 논란이 번진 5·24 대북 제재 조치는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조치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목적이지만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동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야당은 대북 논의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선 우선 이 조치 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반면 여권은 북한의 사과 등 아무런 행동도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이 조치를 해제하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근혜정부로서는 한반도 평화통일 선언과 신뢰프로세스 등을 밝힌 만큼 무조건 5·24조치 유지를 고집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반전 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24 대북 제재 해제 논란=5·24조치 해제는 북한이 내세운 남북대화의 핵심 전제조건 중 하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선언한 5·24조치는 남북 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 원칙적 보류,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및 국민 방북 불허 등을 담고 있다. 북한은 이후 경제적인 압박을 받음과 동시에 국제사회에서도 고립되기 시작했다.

북한은 줄곧 이를 해제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일축해 왔다. 보수정권 입장에서 5·24조치는 진보정권의 햇볕정책과 대비되는 대북 압박의 상징적인 조치였다.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이 5·24조치의 해제를 거론한 뒤 ‘대북 정책의 혼선을 초래했다’며 경질될 정도였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5·24조치를 손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박근혜정부는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경우 이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은 무조건적 해제를 요구하며 협상 테이블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무력 도발이나 사이버 공격이 이어지면서 양측은 5·24조치는 물론 산적한 현안을 논의할 만한 회담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우리 정부의 입장은 ‘선 대화 후 제재 해제’라는 극단적인 자세가 아닌 대화를 통해 재제 해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으로 읽힌다”며 “다만 지난 2∼3년간 북한 도발 등으로 진일보한 대북 제의를 내놓지 못하다 보니 지나치게 경색된 자세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충돌, 왜?=정치권에서 대북 메시지 쟁탈전이 벌어진 것은 최근 북한을 둘러싼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란 핵 협상 타결에 따라 북핵 6자회담 참가국 간 양자·다자 면담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전승절(항일전쟁 승리 기념일)이나 하반기 주요 정상회의 등에서 북핵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의 대북 정책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야당의 문제제기로 정치권으로 확대된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선제적 5·24조치 해제’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문 대표가 “여당이 진지한 검토 없이 거부해 유감스럽다”고 비판하자 김 대표는 “오래된 이슈이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검토한 사안”이라고 맞받아쳤다. 야당에 앞서 선제적으로 검토한 결정임을 강조해 대북 이슈에서 우위를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성 연구위원은 “대북 정책을 정쟁 수단으로만 삼지 말고 정부와 정치권이 최소한의 합의를 이뤄 대북 관계 전환을 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