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뷰티 인사이드’ 한효주 “21명 우진들과 입맞춤 일생일대 키스신이었어요”

입력 2015-08-19 02:00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123명의 연인으로부터 사랑받는 이수 역을 맡은 한효주. “진정한 사랑이란 외모가 아니라 마음속의 가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우진 역을 맡은 김주혁, 이범수, 우에노 주리, 천우희, 김상호, 고아성, 유연석, 이동욱 등 배우들. 용필름 제공
연인의 얼굴이 매일 바뀐다면? 20일 개봉되는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종열)는 자고 나면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남자와 그 때문에 혼란에 빠지는 여자의 사랑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우진이라는 이름의 남자 역으로 배우 123명이 나온다. 이들이 사랑하는 여자 이수는 한효주(28)가 연기한다. 아침에 연인의 얼굴이 전혀 낯선 이로 변한다면 얼마나 황당한 일이겠는가.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한효주는 상큼하고 발랄한 얼굴이었다. “우진이 첫눈에 반할 정도로 화사한 미모를 자랑하는데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사실 조명발이에요. 감독님이 광고감독 출신이어서 여배우가 예쁘지 않게 나오는 걸 못 보시는 것 같아요. 저도 피부 관리 진짜 열심히 다녔고요. 이렇게 얼굴에 신경 쓰면서 찍기는 처음이에요.”

그는 “제작자의 마음으로 임했다”고 할 정도로 특별한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이야기의 단초는 매일 얼굴이 바뀌는 우진이 제공하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우진과 사랑에 빠지면서 혼란을 겪는 이수 역의 한효주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한효주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배우로서도 그렇고 제 자신으로서도 많이 배우고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낯섦과 설렘이 공존하는 현장이었어요. 두 번 다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저에게도 처음이라 특별했어요.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지요. 123명의 각기 다른 사람과 감정이입이 잘 될까 걱정도 했고요. 이야기가 판타지여서 연기가 필요할 걸로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연기 같지 않더라고요. 우진이 어떤 모습이든 이수의 마음이 느껴지는 거예요.”

우진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가 되기도 하고 외국인이 되기도 한다. “배우들이 워낙 열정적이어서 현장에 오면 그냥 우진이 되더라고요. 21명의 우진과 입맞춤도 하는데 ‘성별과 국적을 떠나서 모두가 연인으로 보일 수 있구나’ 깨닫게 됐어요. 그런 우진을 감싸 안아주는 이수는 그릇이 큰 여자인 것 같아요. 멋있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죠.”

한번쯤은 이수처럼 사랑해 보고 싶다는 그에게 실제로 이성과 만날 때는 주는 쪽인지 받는 쪽인지 물었다. “워낙 일에서 여유가 없다 보니 주로 받는 쪽이었어요. 그만큼 ‘워커홀릭’처럼 일했거든요. 기회가 있다면 헌신하고 희생하고 나를 몰아넣는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그런 사랑은 힘들 텐데 하자 그는 “딱 한 번 만요!”라며 웃었다.

독특한 설정 덕에 우진과 이수가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장면이 많지만 체코 프라하를 배경으로 이수가 여러 모습의 우진과 만들어내는 키스신은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한국에서 블루스크린을 배경으로 하루에 찍은 장면이에요. 저는 그 자리에 계속 있고 우진 역의 배우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찍었어요. 좋기도 하면서 이상하기도 했어요. 저에게도 일생일대의 키스신이었어요.”

올해 ‘쎄시봉’과 ‘뷰티 인사이드’에 이어 차기작 ‘해어화’를 찍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고르는지 묻자 ‘베테랑’의 유아인 얘기를 꺼냈다. “얼마 전에 ‘베테랑’을 봤는데 유아인씨가 정말 멋지게 나오더라고요.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뭔가, 관객이 뭘 느낄 수 있는 영화인가 고민하고 따져 봐요.”

이번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외모가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사랑”이라고 했다. “사랑이라는 게 참 변화무쌍한 속성을 가진 것 같아요. 오랫동안 같이 사는 부부도 얼굴보다는 진심의 힘으로 사는 게 아닐까요?” 그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정말 제대로 사랑을 해왔는지 한번쯤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라고 결론지었다. 12세 관람가. 126분.

123명의 우진은 누구?

‘뷰티 인사이드’에서 우진 역을 맡은 배우는 123명이다. 이 가운데 21명이 비중 있게 나온다. 우진은 남자, 여자, 어린이, 노인, 외국인 등 다양하다. 남자 우진은 김대명 도지한 배성우 이범수 박서준 이재진 김민재 조달환 이동욱 김희원 유연석 이진욱 김주혁 김상호 등이 맡았다. 여자 우진은 박신혜 천우희 고아성, 일본 배우 우에노 주리 등이 연기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우진으로 등장하는 유연석은 남녀 주인공의 감정 흐름을 내레이션으로 들려주는 역할도 맡았다. 대사 없이 얼굴만 나오는 100여명의 우진은 400여명이 참가한 오디션을 거쳐 뽑았다.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21명의 배우가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대표들과 현장 스태프도 몽타주 형식으로 출연했다.

‘태양을 닮은 소녀’(1974) 등으로 1970년대를 풍미한 배우 문숙(61)이 우진의 어머니 역할로 나온다. 문숙의 영화 출연은 ‘저 높은 곳을 향하여’(1977) 이후 38년 만이다. 현재 상영 중인 ‘암살’과 ‘협녀, 칼의 기억’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이경영의 이름이 영화가 끝나고 오르는 자막에 등장한다. 이경영이 무슨 역할로 언제 나왔지? 끝까지 봐야 알 수 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