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2만명 시대… 변리·세무사와 ‘밥그릇 전쟁’ 서막

입력 2015-08-18 02:19
“특허 출원 업무를 할 줄 아는 변호사가 얼마나 되나. 산업재산권 관련 업무는 전문지식을 갖춘 변리사가 전담하는 게 합리적이다.”

대한변리사회는 지난 6일 변호사에게도 변리사 자격을 주도록 규정한 ‘변리사법 제3조 2호’의 삭제를 주장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지난 4월부터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해 온 서명 청원에는 이미 3800여명이 참여했다. 서울의 한 변리사는 17일 “특허법 등 관련 지식도 없는데, 변호사라는 이유만으로 변리사 자격까지 자동으로 부여하는 건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이라고 주장했다.

세무사들 역시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도록 한 ‘세무사법 제3조 4호’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2012년 대법원이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 못한 변호사는 세무사로 등록할 수 없다”고 결정한 이후 조항은 유명무실해졌지만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은 변호사에게 변리사·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대표적인 고소득 직종으로 꼽히는 변리사·세무사들이 변호사 업계의 영역 확대 저지를 위해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 숫자가 2만명을 넘어서면서 전문직종 간 ‘밥그릇 싸움’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특허청에 등록된 변리사 8885명 중 변호사는 5379명으로, 전체의 60.5%를 차지했다. 한 변호사는 “앞으로는 ‘전문직도 예전 같지 않다’는 수준이 아니라 전문직종끼리 일감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4월 “변리사 시험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변협은 “로스쿨 출범으로 지식재산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많은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어 변리사 시험을 통한 변리사 배출 제도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며 “지식재산 전문 서비스는 변호사를 통해 받는 것이 옳다”고 역공을 펼치는 상황이다.

변협은 이와 함께 변호사만 국가소송을 대리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을 추진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도 나섰다. 현행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는 변호사뿐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 지정하는 법무부 직원 또는 행정청 직원이 소송을 수행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는데 이를 없애고 변호사가 국가소송을 전담하게 하자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급증하다 보니 변호사단체 역시 과거에 비해 이익단체 성격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