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만 지정해제, 가난한 동네 차별하나”… 말많은 행복주택 사업, 덧들인 정부

입력 2015-08-18 02:59

박근혜정부의 핵심 서민주거안정 정책 중 하나인 행복주택 사업이 삐거덕거리고 있다. 정부가 서울 양천구 목동 외에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정해제는 없다고 밝혔지만, 다른 시범지구 주민들의 지정해제 요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서민주택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 때문으로 이 같은 지역이기주의가 해소되지 않는 한 행복주택 사업은 계속 표류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을 위해 직장·학교가 가까운 곳이나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 짓는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행복주택 시범사업에 대해 “기존 계획 변경은 없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2일 주민들이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목동 지구를 행복주택 지구에서 지정해제한 뒤 그 외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진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노원구 공릉지구 주민들의 지정해제 요구는 정부 발표 이후 더 격렬해졌다. 황규돈 공릉 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정부가 주민들과 협상을 하면서 거짓말을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황 위원장은 “정부는 지난 6월 행복주택 사업 계획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어느 곳도 지구 지정해제는 없다’면서 우리를 설득했다”며 “정부가 약속을 어기고 목동을 지정해제한 상황에서 우리만 이 사업을 용인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공릉동 주민들이 정부의 ‘계획 변경 불가’ 발표에 더욱 반발하는 이유는 목동과 형평성 때문이다. 공릉동과 목동 주민들은 행복주택 지구 지정해제를 위한 소송을 진행했고, 똑같이 고등법원까지 패소했다. 정부는 그럼에도 목동 지구만 지정해제를 해줬다. 이 때문에 공릉동에는 “부자동네(목동)는 지구지정 해제하고, 가난한 동네(공릉)는 강행하냐!”는 플래카드가 붙는 등 감정적으로 격화된 모습이다. 국토부는 “공릉지구는 이미 사업승인까지 완료됐기 때문에 올해 안에 착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공릉동 주민들은 “공사를 몸으로라도 막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반발하는 지역이 공릉뿐만 아니라는 점이다. 송파·잠실지구의 주민들 또한 유수지(일시적으로 홍수량의 일부를 저수하는 곳) 행복주택 건설에 따른 안전성 문제와 교통난 등을 이유로 지정해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 정부는 목동 지구 지정해제 이후 새로 사업을 추진할 대체 부지를 찾는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토부는 “행복주택 사업 추진에 문제없다”며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하향적으로 행복주택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계획을 일부 수정하지 않고서는 주민 반발에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