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리스크 관리·기업 위기 외면 비판 사이… 은행 자산건전성 딜레마

입력 2015-08-18 02:51

은행들이 부실 방지를 위해 자산건전성 관리에 어느 때보다 골몰하고 있다. 영업을 잘해도 기업 부실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 한순간에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행보가 ‘비 올 때 우산 뺏기식’ 영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은행으로서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NH농협은행은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한 관련 제도를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월 1회 이상 기업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는 ‘상시방문제도’와 리스크 이슈 발생 시 즉시 방문해 확인하는 ‘이슈확인제도’를 신설해 선제적인 여신관리에 나섰다. 지난해 말 현재 2821명 수준인 여신담당 인력은 2017년까지 5000명 규모로 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이 같은 선제 조처 덕분에 농협은행 연체비율은 2013년 말 1.02%에서 지난 6월 0.71%로,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1.97%에서 1.65%로 줄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다른 은행들 역시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신한은행 조용병 행장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자산건전성 제고를 역설했고, 기업은행 역시 건전성 관리를 하반기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은행이 건전성을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두드러지게 실천하는 것이 자칫 비판받을 소지가 되기도 한다. 기업이 어려울 때 거래은행이 외면한다는 시장의 시선 때문이다. 실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일부 은행이 조선업 불황으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정상기업의 여신을 회수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부실이 나면 건전성 관리를 못한다고 비판하고, 건전성 관리를 위해 여신을 회수하겠다고 하면 기업의 우산을 빼앗으려 한다고 본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