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하 여파 4분기부터 진정한 3低<저유가·저금리·원화약세> 국면”

입력 2015-08-18 02:50

1980년대 ‘3저(저유가·저금리·원화약세) 현상’으로 호황을 누렸던 우리나라는 올해 초 다시 3저 현상에 대한 기대가 커졌으나 경기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겉모습만 3저에 가까워서 효과가 없었던 것이고 4분기부터 진정한 3저 환경이 도래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은 17일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저(低)가 아니라 고(高)로 갔고, 실질금리는 횡보로 움직였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진정한 3저 환경이 아니었다”면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지금 한국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원화 약세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저유가가 지속 중인 가운데 위안화 약세에 따라 원화의 고평가가 해소됨으로써 진짜 3저 국면이 조성될 것이란 주장이다.

원화는 얼마 전까지 달러화를 제외한 주요 통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강세 추세를 보여 왔다. 수출에 부정적인 환율 환경이 지속돼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원화가 엔화·유로화 등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원화와 상관관계가 높은 위안화가 절하된 것이 원화 약세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주 위안화 절하로 이틀간 30원 가까이 급등했다가 13일 16.8원 급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17일 9.1원 올라 다시 1180원대(1183.1원)에 진입했다. 이날 위안화 가치는 2거래일째 상승해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지만 위안화의 향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커서 환율 변동성 확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 급등세(원화 약세)는 금융 불안을 가져올 부정적 재료라기보다 수출 여건을 개선시킬 긍정적 재료로 여겨진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악화 추세이던 수출기업의 수익성 및 수출 여건이 환율 급등으로 다소나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며, 환율 상승이 가져올 부작용(금융 불안·물가 상승)도 크지 않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하나대투증권 신동준 자산분석실장은 “단기적으로 빠른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갈 길은 아직 멀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원화가 고평가된 상태이기 때문에 약세를 더 용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94년 중국의 위안화 절하와 미국의 금리 인상이 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것을 들어 최근의 위안화 평가 조치로 인한 신흥국 위기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당시 위안화 환율은 일시에 50% 상승했고 아시아 신흥국들은 대부분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위안화 환율 상승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당시와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전 연구원은 “당분간 아시아 통화들은 위안화 환율과 함께 약세 압력과 변동성 확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원·달러 환율 상단을 기존 1200원에서 1250원으로 높였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