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엇박자는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취해진 관광금지 조치 해제 필요성에는 남북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 해법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선 관광 재개를 요구하지만 우리 정부는 ‘선 사과 및 안전보장→후 협의’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일단 금강산 관광 금지는 5·24조치 이전에 취해진 것이긴 하지만 ‘모든 경제적·인적 교류 금지’라는 이 조치 취지에 함께 묶여 있는 상태다. 다만 현대그룹의 금강산 투자가 이미 이뤄졌고, 북한 당국이 우리 관광객의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하고 2008년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박왕자씨 사건에 대해 사과할 경우 재개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스탠스다.
1998년 6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500마리를 끌고 방북한 뒤 이뤄진 금강산 관광은 대규모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텄다. 그해 11월 18일 관광선 금강호의 출항으로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해로 관광에서 육로 관광, 승용차 관광으로 다양화되면서 2007년 한 해에만 34만여명이 금강산을 찾는 등 2008년까지 약 10년간 무려 195만명이 참가했다.
금강산 관광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군사적인 면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한 바도 컸다. 금강산 관광을 위해 북한은 최전방 군사 지역인 장전항을 개방해 동해상 긴장 해소에 기여했다. 해상 및 육로 관광을 통해 북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을 북상시킨 효과도 있었다. 또 남북한 대화 통로가 없었던 상황에서 관광자원을 활용한 민간 경협의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고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데도 기여했다.
하지만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초병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지는 사건으로 관광은 중단됐다. 이후 남북은 이 사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 안전 보장’ 등 정부가 내세운 3대 조건을 놓고 해법을 찾지 못했다. 북한은 현재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현대아산과 협력업체 등의 부동산을 몰수하고 독자적인 관광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는 거의 없는 상태다.
우리 측 손실도 컸다. 현대그룹은 2013년 6월 현재 투자 자산과 사업권 손실로 1조3124억원의 손해를 봤고, 금강산기업협의회 역시 투자액 1900억원과 매출 5100억원을 잃은 것으로 추산됐다. 금강산 관광의 길목이었던 강원도 고성군도 5000억원 이상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나 ‘DMZ 세계평화공원’을 위해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원은 17일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도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은 이미 충족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남북관계 해법 딜레마-금강산관광 재개는?] 南도 北도 손실 눈덩이 ‘재개 필요성 공감’… 해법 대치
입력 2015-08-18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