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서울 강남 1만 재건축 가구들의 본격적인 이주를 앞두고 수도권 전세시장에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사철까지 겹치면서 강남발(發) 연쇄 전세대란이 촉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강남 4구에서만 6개 단지 총 6800여 재건축 가구가 이주할 예정이다. 우선 강남 개포주공 3단지 1160가구와 개포시영 1970가구가 다음 달부터 이주를 시작한다. 올 초부터 진행된 강동 고덕주공 2단지의 이주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체 2874가구 가운데 80% 이상의 가구가 이주를 완료했고, 잔여 가구는 10월까지 이삿짐을 싼다. 하반기 이주 예정인 고덕주공 3단지 2580가구와 송파 풍납우성 545가구까지 포함하면 올해 안으로 1만 가구에 가까운 재건축 이주민들이 움직이게 된다.
게다가 1만1106가구의 강동 둔촌주공이 지난달 30일 재건축사업 시행 인가를 통과했다.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이주를 개시하기까진 아직 1년6개월의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벌써 지역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의 하반기 입주 물량은 예년보다 턱없이 적다. 국토교통부는 올 8∼10월 서울의 입주 물량을 3919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398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여기에 신학기를 앞두고 강남권으로 이주한 학군 수요와 가을 결혼 시즌을 대비한 신혼부부 수요까지 더하면 전셋집은 더욱 부족한 형편이다. 고덕주공 인근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 이주가 시작되면 대부분 주변 가까운 지역의 전세부터 구하게 된다”며 “전세 매물이 나오면 집 상태도 확인하지 않고 계약금을 입금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전셋값은 올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3.3㎡당 1013만원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 시세는 지난달 1115만원까지 뛰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은 지난 7월 70%대에 진입하며 KB국민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8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이주를 마친 재건축 단지 인근의 전셋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이주를 끝낸 강남 개포주공 2단지의 경우 바로 옆에 위치한 개포주공 1단지 전세가를 폭등하게 만들었다. 1단지 전용면적 56㎡는 35년차 노후 아파트지만 2단지 이주가 시작된 3월부터 4개월 동안 전셋값이 5000만원 상승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강남 재건축 단지 주변에서 심화된 전세난이 수도권 전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된 전세품귀 현상은 해당 지역에서 수요를 감당할 여력이 안 된다”며 “결국 서울 다른 지역으로 전세난이 옮겨붙고, 나아가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권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가을 이사철에 재건축 이주 1만 가구… ‘강남發 전세대란’ 떨고 있는 수도권
입력 2015-08-18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