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8월 임시국회는 열려 있으나 주요 현안들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고, 국정감사 등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은 아직도 확정되지 않고 있다. 경제 활성화 관련 입법이나 정치 개혁, 노동 개혁 같은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중요한 일들은 많은데 국회 활동은 더디기만 하다. 그런데도 여야 지도부는 매일 추상적인 표현과 똑같은 말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내년 총선을 겨냥한 발언에만 치중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국회 활동보다 자신의 대권 행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런 분위기라면 국정감사와 내년 예산을 심의할 정기국회 활동도 내실 없이 지나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19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1년이 아니라 4년을 마무리해야 한다. 19대 국회는 세월호, 메르스 사태를 겪은 데다 여야와 청와대의 정치력 부재로 첨예한 갈등만 있었을 뿐 제대로 된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죽하면 일각에서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지적까지 나왔겠는가. 19대 국회의원들은 반성하는 심정으로, 밀린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각오로 마지막 정기국회에 임해야 한다. 이것이 최소한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세이자 뽑아준 유권자에 대한 예의다.
정기국회에서는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할 현안들이 있다. 우선 노동 개혁과 정치 개혁 방안이다. 여야의 시각차가 상당한 두 현안이 보수와 진보 진영의 싸움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노동 개혁은 우리 경제의 동력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일자리 나눔과 청년실업 해소에 중점을 맞추는 노동 개혁에 보태 대기업의 투자 활성화나 보다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을 여야가 같이 논의해 내놓을 필요가 있다. 지역주의와 진영 논리만 더욱 공고히 하는 정치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정치 개혁 방안도 마무리돼야 한다. 국회의원 개개인, 여야 정당의 정치적 이익이 아니라 국가 장래를 위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여야가 정쟁을 벌이고 있는 국정원 해킹 논란 같은 것들이 국회 활동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
총선을 앞둔 정기국회는 국회의원들의 마음이 이미 지역구에 가 있어 겉돌 가능성이 많다. 국회의원들이 표심 때문에 상임위를 통한 지역구 예산 확보에만 전력을 기울이는 행태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김·문 대표와 원유철·이종걸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19대 정기국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개인적인 정치 행보와 진영 논리에서 떠나 오로지 국가와 정책, 의회정치 발전만을 생각하라. 여야가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그런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의 지지가 따를 것이다.
[사설] 여야가 노동·정치개혁 마무리에 힘쓸 때
입력 2015-08-18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