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든 49시간 안에 검거한다” 中 공안의 국경 넘나든 체포작전에 발끈한 美

입력 2015-08-18 02:10

미국 정부는 중국의 공안요원들이 해외 도피사범들을 일방적으로 강제 송환하는 활동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경고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이 미 영토 안에서 미 법무부 장관의 허가 없이 체포 활동을 벌이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중국의 해킹과 위안화 절하로 심기가 불편해진 미국이 중국의 일방적인 해외 사정활동까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다음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미·중 갈등이 극도로 고조되는 양상이다.

특히 중국 공안은 미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정치 명문가 출신의 기업인 링완쳉(55·왼쪽 사진)의 ‘자진 귀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미국은 “그가 범죄에 연루된 근거를 제시하라”며 중국의 협조 요청을 거부해 양국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중국 “전 세계 어디에 있든 49시간 내 체포” 장담에 미국 발끈=중국은 시 주석 취임 이후 강도 높은 반부패활동을 벌이면서 지난해에만 해외도피사범 930여명을 귀국시켰다. 이 활동을 ‘여우사냥 작전’이라고 이름 붙였다. 중국은 올 들어서만 70여명을 자진귀국 형식으로 송환했고 최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해외도피사범 100명의 검거를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처럼 공식적으로는 적법절차를 밟고 있지만, 실제로는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 여행비자를 가진 공안요원을 잠입시켜 은밀하게 검거대상 인물들을 데려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산둥성 경찰관 2명이 뇌물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인을 호주 멜버른에서 체포하려다 적발됐다. 호주 외교부는 이에 반발해 호주 주재 중국 외교관을 불러들여 따졌고, 베이징 주재 호주 외교관을 소환한 끝에 중국 정부로부터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중국 공안부는 호주 사건 이후에도 홈페이지를 통해 “(검거 대상자가) 전 세계 어디로 도피하든지 49시간 내에 체포한다”고 밝혀 미국 등을 자극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외국의 사정기관이 미국에서 법무장관의 허락 없이 체포활동을 벌이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마크 레이먼디 미 법무부 대변인도 “중국 정부가 해외도피사범을 검거하려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중국 정부는 ‘너무나 자주’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링완쳉이 가진 정보의 파괴력은 어디까지=미·중 간 가장 민감한 인물이 링완쳉이다. 링완쳉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현재 부패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링지화(61·오른쪽) 전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의 동생이다. 링완쳉은 관영 신화통신 기자를 거쳐 기업가로 변신한 인물이다. 링씨 집안은 마오쩌둥 시절부터 공산당 간부를 지낸 정치 명문가 집안이다. 링완쳉은 형에 이어 자신에게도 수사 당국의 손길이 뻗어오자 지난해 가을 미국으로 몸을 피했다. 중국 공안은 링완쳉이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물론 시 주석과 관련된 고급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를 귀국시키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각에서는 링완쳉이 미국으로 망명할 경우 ‘중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망명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중국계 신문 두오웨이뉴스가 “미국이 링완쳉을 비호하면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주장했을 정도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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