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삶 바꾸는 과학기술] 물 부족 해결 ‘정수기 책’

입력 2015-08-18 02:05

커피와 얼음까지 나오는 정수기가 등장한 세상이지만 여전히 지구촌 인구의 10명 중 1명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는 실정이다.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정수된 물을 접하지 못하는 인구는 총 6억6300만명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의 테리 단코비치 박사 연구팀이 이른바 ‘정수기책(drinkable book·사진)’을 개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16일(현지시간) 소개했다.

필터 기능이 있는 종이를 책 형태로 묶어놓은 정수기책은 필터 종이를 뜯어 물을 투과시키는 방식으로 정수기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날 미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화학회(ACS) 연례 모임에서 물 여과 기능이 뛰어난 은과 구리 등 나노 입자를 함유한 이 종이 필터에 물을 투과시키자 물에 있는 박테리아의 99% 이상이 살균됐다는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이미 가나 케냐 아이티 등에서 임상실험을 거쳐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휴대도 간편하고 성능이 우수한 이 책이 보급될 경우 향후 수많은 수인성 질병으로 고통받아 온 후진국 및 개발도상국 주민들이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 종이 한 장으로 물 100ℓ를 정수할 수 있으며, 정수기책 한 권이면 4년 동안 한 사람에게 필요한 물을 정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