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17일 시작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란 핵 협상 타결, 미국·쿠바 수교 등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만한 ‘소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북한을 향한 한·미 및 국제사회의 압박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는 대북 이니셔티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원칙주의의 틀에 갇혀 마땅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정부로선 대통령의 통일대박 구상과 드레스덴 선언까지 내놨지만 냉각된 남북관계의 반전을 꾀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정치권으로까지 북한 해법의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점차 북한과의 관계 회복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마저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미·중의 세계 2강(G2) 대결이 가열되며 중국의 대북 압박 수위가 낮아진 반면 북한은 남한을 배제한 채 특유의 대미 직접 협상 전술을 굳히는 모습이다. 남북관계보다는 북·중, 북·일, 북·러 관계에 치중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미국 역시 새롭고 획기적인 대북 제안을 마련할 의지를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겨우 17개월밖에 남지 않아서다.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을 차려 ‘난제 중의 난제’인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보다는 이란 핵 합의의 미국 의회 통과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북한 내부 사정 역시 여의치 않다. 북한은 이달 초 방북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홀대하며 대남 메시지도 전하지 않았다. 이미 북한 지도부 내 대남·대외 라인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숙청작업 탓에 과감한 정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수렁 속만 헤매자 정치권으로까지 대북정책 전환 문제가 비화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전날 5·24조치의 선제적 해제를 요구하며 여야 대표 공동으로 정부에 이를 제안하자고 하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천안함 폭침, 목함지뢰 도발 등을 생각하면 적절치 않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렸다. 정부의 대북 스탠스를 놓고 벌어지는 보수 여당과 진보 야당의 논리 대결은 생산적이기보다 소모적인 정쟁만 유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북한은 이미 UFG를 ‘북침전쟁 연습’이라 맹비난하고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마저 신랄하게 비난하며 ‘벼랑 끝 무력도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김정은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다각도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이슈분석] 對北 ‘5·24 해제’ 딜레마… 한·미 을지훈련 돌입, 남북 관계 해법은
입력 2015-08-18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