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경기장 16곳 ‘애물단지’ 전락… 폐막 1년이 다 된 인천아시안게임, 우려가 현실로

입력 2015-08-18 02:39
인천 서구 연희동에 있는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대회가 폐막된 지 1년이 다가오지만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인천시 제공

인천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건설된 경기장들이 대회 폐막 1년이 다 되도록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인천시의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린 아시안게임을 위해 신설된 경기장은 16곳으로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총 1조7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들 경기장은 올해 유지·관리비가 203억원이지만 예상 수입은 95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건설비로 4700억원이 투입된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은 올해 관리비가 33억원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아시안게임 종료 이후 수익이 될만한 행사를 거의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문학경기장을 고쳐 쓰는 조건으로 대회를 유치했으나 서구 주민들이 주경기장 신설을 요구했고 결국 이는 인천시의 재정난을 가중시켰다.

주경기장은 도심 외곽에 떨어져 있는데다 지하철역과도 연결되지 않아 교통이 불편한 탓에 대규모 행사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는 아시아드주경기장 외부 관중석 일대 3만1465㎡에 대형 판매시설, 영화관, 예식장, 문화·스포츠센터 등 수익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공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18일 온비드의 입찰결과를 확인할 예정이지만 낙찰자가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중국자본이 투자의향을 밝히기도 했으나 올해는 외국자본의 입질이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16개 신설 경기장 중 남동체육관과 열우물경기장도 오는 20일 입찰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아시안게임과 관련한 인천시의 채무 규모는 작년 말 기준 1조350억원으로 시 전체 채무의 3분의 1 수준이다. 시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지난 3월 39.9%까지 치솟았고 결국 행정자치부로부터 처음으로 재정위기단체 ‘주의’ 등급을 받기도 했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부채를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빚을 내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시는 아시안게임 개최 1주년을 맞아 오는 9월 주경기장 4층에 양궁·축구·야구·농구 등 다양한 종목의 경기를 실감 나는 시뮬레이션 장치로 체험할 수 있는 아시안게임기념관을 개장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옥련사격장은 인천 유일의 체험사격장으로 활용된다. 강화경기장은 오토캠핑장을 갖춘 체류형 공간으로 쓰고, 남동경기장은 방송콘텐츠 녹화시설에 중점을 둔 패밀리파크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시민들은 “주경기장에 그늘막이라도 만들어주면 시민들이 찾아오고, 시민들이 모이면 장사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며 시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시 관계자는 “3월 남동럭비장에 현대제철 여자축구단, 4월 계양축구장에 대한항공 프로배구단, 6월 송림체육관에 우리카드 프로농구단 선수단이 둥지를 틀면서 신설 경기장 활용이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