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구원투수 최다패 불명예?… 한화 권혁, 잦은 연투로 구위 저하

입력 2015-08-18 02:08
17일 현재 프로야구 ‘리그 최다패’는 누굴까? 바로 한화 이글스의 불펜투수 권혁이다. 권혁은 이날까지 10패를 당했다. 선발이 아닌 순수 구원투수로 최다패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생겼다.

권혁은 16일 포항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4-2로 리드한 8회 1사 1, 2루에서 구원 등판했다. 그러나 안타와 볼넷을 2개씩 허용하며 2실점 했다. 팀의 5대 6 역전패와 함께 구원패를 기록했다. 전날 패배에 이어 2연속 구원패로 시즌 10패째를 당한 권혁은 헨리 소사(9패·LG 트윈스)와 크리스 옥스프링(9패·kt 위즈)을 제치고 이 부분 단독 1위가 됐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구원투수가 시즌 최다패를 한 적은 없다. 2003년 임경완이 롯데 자이언츠 시절 14패를 당했지만 그해 선발로 6경기를 던졌다. 선발과 불펜을 넘나드는 ‘스윙맨’이 아닌, 순수 불펜으로 최다패를 한다면 기현상임에 틀림없다.

올 시즌 한화는 다소 부족한 전력을 불펜으로 메우며 선전했다. 한화 불펜진은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465이닝을 소화했다. 이 가운데 20%를 권혁 혼자 메웠다. 올 시즌 권혁은 63경기에 구원으로 나와 92⅔이닝을 소화하며 8승 10패 15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47을 기록했다. 이미 자신의 한 시즌 개인 최다 이닝(2009년 80⅔이닝)을 넘어섰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4.01로 버티던 권혁은 후반 들어 6.61로 치솟으며 서서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 잦은 연투로 혹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권혁은 “한 시즌 치를 체력은 충분하고 몸 상태도 좋다”고 일축했지만 구위 저하를 막지는 못했다. 다섯 번의 패전이 이틀 연속 던진 경기에서 나왔다.

권혁의 붕괴와 더불어 한화는 최근 4연패에 빠졌다. 이달 들어 치른 14경기에서 겨우 5승만 챙겨 순위가 6위로 내려앉았다. 5강 경쟁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9패 중 6번이 역전패였다. 역전승 1위의 끈질긴 야구를 자랑하던 한화는 불펜의 실종으로 또 한번 위기에 빠졌다.

일단 한화는 권혁의 부진을 일시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9일 대전 롯데 전까지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왔던 권혁이었다. 5월에도 3경기 연속 실점을 했지만 이후 다시 힘을 내며 팀 승리를 지킨 바 있다. 한화는 선발진이 조금 더 이닝을 끌어주고, 부상 선수들이 돌아와 득점력을 높일 경우 불펜진의 부담도 덜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