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改名 열풍

입력 2015-08-18 00:10

‘김하예람’이란 이름을 가진 딸 친구가 있다. ‘하늘 닮아 예쁜 사람’이란 의미로, 부모가 지어줬다.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 귀찮고, 남이 부르기에 불편할 법도 하지만 대학생인 그 친구는 자기 이름을 무척 소중히 여긴단다. 누가 보더라도 아름다운 뜻을 지닌 데다 독특한 이미지를 풍긴다는 점에서 그 작명은 성공적이라고 본다. 독립투사 외증손인 탤런트 송일국의 세 쌍둥이 아들 대한·민국·만세란 이름도 의미가 각별해서 좋다.

그런데 요즘 자기 이름이 싫다며 개명하는 사람이 엄청 많다고 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매년 16만명 이상이 신청해 95% 정도가 허가를 받는다. 하루 평균 430명꼴이다. 두 차례 이상 이름을 바꾸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법원이 2005년 개명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면서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라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고치는 것이 옳다. 남한테 놀림의 대상이 된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꼭지, 김치국, 박재기, 문동이, 조총연 등이 그 예다. 흉악범과 동일한 이름도 바꾸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도 없이 맹목적으로 ‘더 좋은 이름’을 짓겠다며 개명 바람에 휩쓸리는 사회 풍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성명학에 정통한 사람을 찾겠다고 철학관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많다는데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개명할 때 가장 인기 있는 이름은 남자의 경우 민준 현우 정우 서준 도현 순이고, 여자는 수연 지원 서연 서영 서윤 순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이름이 누구한테나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이름이 있을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부모가 사랑하는 자녀의 행복을 빌며 신경 써서 붙여준 이름이라면 가급적 지켜나가는 것이 좋겠다. 부모 작명 잘못을 탓하기보다 그 이름이 세상에 빛날 수 있도록 자신을 힘써 연마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