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학계의 찬반 논쟁이 한층 뜨거워지는 가운데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고시생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최근 ‘사시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을 만들어 국회 입법청원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시 폐지 시한이 임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시는 2017년 완전히 폐지될 예정이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에 따라 내년에 마지막 1차 시험을 치르고 2017년 2차와 3차 시험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시 존치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사회적 해법 찾기가 불가피해진 양상이다.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과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회가 17일 국회도서관에서 ‘대학생, 고시생들이 희망하는 법조인 양성제도’ 토론회를 개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시 폐지와 관련된 실질적 당사자인 고시생·대학생 등 청년세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자리가 마련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찬반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게 맞서 왔다.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를 없애서는 안 된다’며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반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사회적 낭비와 폐해를 막기 위한 당초 결정대로 사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의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찬반양론을 들어본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이래서 찬성
백원기(대한법학교수회 회장·인천대 법대 교수)
사법시험은 2009년 제정된 변호사시험법에 따라 2017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올해 제57회를 맞은 사시는 지난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하고 권위 있는 시험으로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등용문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시 합격을 디딤돌 삼아 큰 뜻을 품고 우리 사회의 동량이 된 사례들은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다. 과거 내무부 고시과가 주관한 이 시험은 2002년 이후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가 관리하고 있는데 그 응시 자격에 큰 제약이 없고 다만 2006년부터 법학과목 35학점 이수를 조건으로 하고 있다.
대륙법을 수용한 우리나라가 2007년 미국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사시 폐해를 제거하기 위함에 있었다. 그 폐해로는 고시낭인 양산, 학문법학의 수험법학 전락, 특정 명문 대학의 합격자 독식,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 불가 등이 제시됐다. 그런데 로스쿨 제도가 도입돼 변호사자격시험이 네 번째 시행된 지금 그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할 정도로 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곧 사시 폐해가 그대로 로스쿨 제도의 폐단으로 재탄생해 오히려 더 크게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시 폐지에 따라 로스쿨 제도가 유일한 법조인 양성 제도로 남게 되면 재탄생된 새로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사시를 계속 존치시켜 로스쿨 제도와 2원적 체제를 유지함으로써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우리나라 법치주의 확립과 사회적 통합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로스쿨 제도의 가장 큰 폐해는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이른바 ‘돈스쿨’의 고비용 구조다. 원래 미국의 로스쿨 제도는 학부 로스쿨로 시작했으며, 처음부터 대학원 로스쿨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대학 4년 졸업 후 3년간 법무석사학위를 취득해야 법조인이 되는 구조로 만들었다. 법조인 자격으로 총 7년간의 법무석사학위를 요구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1년에 2000만원 이상의 돈이 없으면 입학할 수 없고 그 성적도 공개되지 않는 문제점은 특정 계층의 특혜를 조장해 우리 헌법의 평등권을 침해했다.
지금 국민의 다수가 사시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그 진정한 이유는 로스쿨 제도를 시행한 결과 큰 기대에 비해 너무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어느 국립대 총장의 딸이 변호사 시험 합격 여부가 결정되기 전 유명 로펌에 특별 채용됐으나 실제로는 그 시험에 낙방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따라 입학·졸업하고 유명 로펌과 대기업에 입사하는 그런 ‘부와 권력의 대물림 제도’를 국민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이 누적돼 왔기 때문에 사시가 재조명되기에 이른 것이다. 과거에 문제가 있다고 한 사시가 로스쿨 제도보다 더 공정하다고 판단돼 다시 좋은 제도로 새롭게 인식된 것이다.
대륙법의 모국인 프랑스는 국립사법관학교에서 ‘사법관’을, 변호사협회에서 ‘변호사’를 각각 선발하는 두 가지 법조인 양성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양자는 직무상 유착되면 안 되기 때문에 따로 뽑고 있는 것이다. 로스쿨 제도를 도입해 실패한 독일과 일본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따라서 새로운 대안으로 로스쿨을 통해 1000명의 변호사를, 사시를 통해 500명의 사법관을 각각 선발할 것을 주장한다. 전자는 민간직으로 의사자격시험처럼 쉽게 합격시키고, 후자는 공직으로 엄격하게 선발해 정년보장 후 변호사 개업을 금지토록 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사시가 존치되면 로스쿨 제도가 약화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지난 7년간 두 제도는 문제없이 공존해 왔으며 그 병존을 통해 법률 소비자인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슈 논쟁-‘사법시험 존치’ 이래서 찬성] 로스쿨 제도와 2원 체제 바람직
입력 2015-08-19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