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광복 70년’이지만 ‘패전 70년’을 맞는 일본의 시대 사조는 어떨까.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영화를 몇 편 찾아봤다.
우선 ‘11·25 자결(自決)의 날(2012)’.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 자살을 다룬 영화다. 일반적으로 미시마는 ‘극우꼴통’, 그의 죽음은 ‘또라이짓’으로 여겨져 왔지만 영화는 미시마가 냉철한 이성을 지닌 우국지사였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또 ‘출구 없는 바다(2006)’와 ‘나는 당신을 위해 죽으러 갑니다(2007)’ 같은 영화가 있다. 2차대전 말 일본의 ‘인간 어뢰’ 가이텐(回天)과 ‘인간 비행폭탄’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원들을 그린 이야기다. 21세기에 그리워하는 20세기의 군사대국 일본의 자살 특공대 이야기라….
그럼 ‘전승국’ 중국은? 이른바 ‘국뽕(지나친 애국주의의 은어)’영화 천지다. 하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공산주의는 영화를 선전선동 매체로 간주하기 때문. 제목부터 냄새가 풀풀 나는 ‘건국대업’(2009)이나 ‘건당위업’(2011)은 제쳐놓자. 오락영화인 척하면서 까놓고 보면 ‘중국(군) 최고’로 점철된 영화가 태반이다. 홍콩의 대표적 오락영화 감독 서극까지 데려다 겉으로는 오락 활극, 실제로는 중국공산군 홍보 영화를 만들었다. ‘타이거 마운틴’(2014).
그렇다면 한국 영화도 이제 잘난 척은 그만두고 ‘국뽕’ 소리 들을 만한 것도 내놔야 하지 않을까. 한국 영화인들만 유독 ‘대인배’연할 필요가 어디 있나.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33) 한중일 영화삼국지
입력 2015-08-18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