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화 이글스는 ‘특급 용병’ 에스밀 로저스가 가세하며 시즌 첫 4연승을 거뒀다. 5위 싸움에서 가장 앞서는 듯 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중간 계투진의 혹사와 잘못된 투수 교체로 5위 경쟁에서 멀어지고 있다.
한화는 16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5대 6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화는 4연패를 당하며 53승 54패로 5할 승률 밑으로 떨어졌다. 순위도 KIA 타이거즈에 5위 자리를 내주고 6위로 내려앉았다. 로저스를 내세우고도 불펜 난조로 뼈아픈 패배를 당한 한화는 1패 이상의 충격을 받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한화는 로저스의 호투 속에 7회까지 4-1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 했다. 그런데 8회말 상황이 급반전됐다. 로저스가 8회말 1사 1, 3루에서 야마이코 나바로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4-2 추격을 허용하자 한화 벤치는 권혁으로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권혁은 최형우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박찬도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줘 한 점을 내준 뒤 박한이에게 2타점 우전안타를 맞고 4-5 역전을 허용했다. 불붙은 삼성 타선은 지친 권혁을 상대로 또다시 한 점을 뽑아냈다. 한화 김성근(사진) 감독은 최형우가 좌타인 것을 감안해 왼손인 권혁을 내세웠다. 하지만 권혁의 공은 좋지 못했다. 전날에도 ⅔이닝 동안 31개의 공을 던졌던 탓이다. 결국 권혁은 이틀 연속 패전투수의 멍에를 쓰며 시즌 10패(8승 15세이브 4홀드)를 당했다. 권혁의 최근 3경기 평균자책점은 무려 37.80이나 된다. 차라리 하루를 쉰 윤규진을 내세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국내리그에 데뷔하자마자 2경기 연속 완투승을 거뒀던 로저스는 제몫을 했지만 불펜이 점수를 내줘 승리를 날려버렸다. 로저스는 7⅓이닝 동안 삼진 8개를 뽑았으나 5안타와 볼넷 5개로 4실점했다. 평균자책점은 1.78로 훌쩍 올라갔다. 반면 짜릿한 뒤집기를 연출한 삼성은 2연승의 휘파람을 불며 선두를 질주했다.
꼴찌 kt 위즈는 NC 다이노스를 7대 2로 물리쳤다. kt 선발 윤근영은 5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곁들이며 5피안타 2실점으로 막아 올 시즌 4연패 끝에 첫 승을 신고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승리투수가 된 것은 한화 시절이던 지난해 6월 24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13개월 만이다. 특히 윤근영이 선발승을 거둔 것은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kt 오정복은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4타점을 쓸어 담았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야구] ‘로저스 효과’ 걷어 찬 ‘野神’… 한화 6위 추락
입력 2015-08-17 03:00 수정 2015-08-17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