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세계 경제 위축에 몸살 앓는 신흥국들

입력 2015-08-18 02:39
먹구름이 가득한 세계경제 상황으로 신흥국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로 자원부국인 신흥국들이 계속된 저유가로 원자재 수출이 타격을 받은 데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가장 먼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가속화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도 신흥국 자금 유출 등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16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올해 초 106bp(1bp=0.01% 포인트)에서 지난 12일 172bp로 62.3% 상승했다. CDS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의 부도위험이 높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환율도 가파르게 상승(평가절하)하고 있다. 링깃화 환율은 최근 달러당 4.0링깃을 넘어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래 통화가치가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한 직후인 12∼13일 링깃화(-2.6%), 인도네시아 루피아화(-1.7%)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6월 이후 러시아 루블화(-22.3%), 브라질 헤알화(-10.3%)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다른 국가들도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국채의 50%, 주식의 20%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어 대외 취약성이 높다. 이 때문에 최근 해외투자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올 상반기 한국의 원화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가운데 가장 많은 2조6210억원을 빼냈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의 국내 채권보유액은 지난해 말보다 37.5%나 줄었다.

금융 불안이 계속되면 외환보유액 여력이 떨어진 말레이시아 정부가 잔액 4조3630억원(올 6월 말 기준)도 회수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아시아의 신흥국 금융시장은 이미 ‘트리플 약세’(주가·채권가격·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것)를 겪고 있다”며 “중국 위안화 절하 등 불안요인이 확산되면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남미 경제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이 0.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 수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비중이 가장 큰 브라질 경제가 위축된 탓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Baa3는 투기등급 직전 등급이다.

무디스는 원자재 가격 급락에 따른 미약한 경제성장,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 약화, 정부 지출 증가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