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中 ‘위안화 절하’로 국제통화 지위 노린다

입력 2015-08-18 02:39
중국이 최근 위안화 가치를 사흘 연속 절하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출 부진으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했다는 주장과 함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Special Drawing Rights) 통화 바스켓에 들어가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IMF는 현재 SDR 편입 기준을 검토하면서 위안화 편입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11∼13일 사흘 동안 매일 기준환율을 1.86%, 1.625, 1.11% 상향 조정했다. 사흘 만에 미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4.66% 떨어졌다. 중국 물건을 살 때 그만큼 달러를 덜 지불해도 된다는 의미다. 세계시장에서 중국 기업은 수출경쟁력을 갖게 된다. 지난 2분기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지난달에는 8.3%로 축소 폭이 더욱 확대됐다. 올해 7% 경제성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IMF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6.8%, 6.3%로 제시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란 설명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표면적으로 중국은 시장원리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 후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시장원리에 가깝게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중앙은행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결정해 고시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IMF는 SDR 편입 논의와 관련된 보고서에서 중국 고시환율이 시장환율과 크게 괴리돼 SDR 편입 통화로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에 전날 종가 등 시장의 실질환율을 반영키로 한 것은 시장의 힘을 용인하려는 의도를 나타낸 증거”라고 분석했다.

◇SDR은 무엇인가=SDR은 IMF 회원국이 외환위기 등 유동성 문제에 봉착할 때 정해진 조건에 따라 IMF로부터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권리다. 금과 달러의 한계를 보완하는 제3의 세계화폐로 간주된다. 현재 IMF SDR 통화 바스켓은 미 달러 42%, 유로 37%, 영국 파운드 11%, 일본 엔 10%로 구성돼 있다.

SDR 배분은 1970년부터 시작됐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출범으로 국제통화 체제 하에서 금이 준비자산(Reserve Asset)으로 쓰였으나 공급에 한계가 있어 새로운 국제 준비자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두됐다. 처음엔 1SDR=금 0.888671g을 기준으로 해 가치가 매겨졌으나 점차 금 역할이 축소되자 1974년 16개 통화로 구성된 SDR이 탄생했다. 하지만 무역결제 빈도가 낮은 통화가 포함돼 있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 1981년 5개 통화(미 달러, 일본 엔, 독일 마르크, 프랑스 프랑, 영국 파운드)로 통화 바스켓을 축소했다. 이후 유로화가 도입되면서 2001년부터는 현행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중국은 왜 SDR 편입을 원하나=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4월 IMF 연차총회에서 “위안화가 SDR 통화 바스켓 정의를 충족해 SDR에 포함될 수 있도록 일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SDR 편입을 원하는 이유는 국제통화로서의 지위를 갖기 위해서다. SDR은 일상적인 무역과 금융 거래에선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통화 바스켓에 들어간다는 것은 IMF가 공인한 국제통화가 됐음을 의미한다.

국제통화가 되면 위안화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중앙은행이 위안화를 공식 보유자산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위안화 채권 비중을 늘리게 되면 중국은 국채 발행이 쉬워진다. 낮은 비용으로 해외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1대 1로 프로젝트 등 재원 마련이 용이해진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올라갈 수 있다.

◇IMF는 위안화 편입 논의 연기=IMF는 지난 4일(현지시간) “올해 말 끝나는 SDR 편성을 9개월 연장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비공식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IMF는 5년마다 SDR 가치 산정 심사를 한다. 계획대로라면 11월쯤 논의를 거쳐 연내 위안화 편입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IMF는 “새해 첫날부터 바뀐 SDR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위안화가 바스켓에 편입될 경우 회원국이 대비할 여유를 준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위안화가 새로 편입될 경우 전체 바스켓에서 1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에도 IMF가 심사를 했지만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통화가 아니라는 이유로 편입이 불발됐다. 지난 5년간 중국은 금융시장을 개방해 왔고, 위안화 국제화도 눈에 띄게 진행됐다. 지난 보고서에서 IMF는 여전히 중국이 시장 자유화에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행보에 대해선 “위안화를 시장에 연동하기 위한 조치”라며 환영 입장을 내놨다.

IMF 입장에서도 위안화 SDR 편입은 필요한 측면이 있다. 바스켓에 담겨 있는 4개 통화의 변동성이 커져 SDR 가치 측정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됐다.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가 흔들리는 셈이다. 또 현재 선진국 중심으로만 배분이 이뤄져 있어 신흥국과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점도 IMF를 움직일 수 있는 요인이다. 다만 편입을 위해선 IMF 회원국 85% 동의가 필요한데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반대 목소리를 낼 경우 이번에도 무산될 수밖에 없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