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 두른 요섹남이 대세… 전용 강좌까지 등장

입력 2015-08-18 02:58
롯데월드몰 ABC쿠킹스튜디오에서 지난 11일 진행된 '햄버그스테이크 만들기' 강좌에 참가해 열심히 요리를 배우고 있는 남성 수강생들. '쿡방 열풍'의 영향으로 최근 요리를 배우는 남성들이 부쩍 늘고 있다. 롯데월드몰 제공
요리강좌에 남성 수강생들이 몰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문화센터 요리교실에서 남성 회원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남성 회원들은 여성 회원들 사이에 드문드문 끼여 선 채 뒤통수만 긁적이며 어색해 했다. 그런데 요즘은 남성회원이 부쩍 늘어 3명 중 1명꼴이나 된다.

롯데백화점 전석진 문화마케팅팀장은 17일 “33개 문화센터에서 연간 1000여개의 요리 관련 강좌를 선보이고 있는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의 남성 수강생 비중은 35%나 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주말 하루 동안 요리강좌가 진행되는 ‘원 데이 쿡’도 연인, 또는 아내와 함께 수강하는 남성고객이 전년보다 30% 늘어났다. 자녀와 함께 요리강좌를 찾는 아빠들도 현저히 많아졌다. 임정재 롯데마트 문화센터팀장은 “대부분 엄마들이 참여했던 ‘부모와 함께 하는 어린이 요리 강좌’에서도 아빠가 20∼30%를 차지할 만큼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남성들이 요리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기 시작한 이유로 문화센터 관계자들은 ‘쿡방(요리를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 열풍을 꼽았다. 쿡방에 남성 셰프들과 그들을 따라 요리하는 남성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면서 여성들 사이에서는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 이상형 1위로 꼽힐 정도다.

백화점 문화센터들은 요리 강좌에 남성회원이 급증하면서 남성만을 위한 특별강좌도 준비하고 있다. 직장 업무로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남성 고객들을 고려해 주로 주말 시간대 1일 특강 형식의 강좌로 구성해놓고 있다. 오는 9월 7일까지 수강신청을 받고 있는 롯데마트의 요리 강좌에는 ‘앞치마를 두른 남자-알고보니 너무 쉬운 레시피’ ‘내아이를 위한 요리! 도전 아빠손 피자’ ‘남자를 위한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상 차리기’ 등 남성만을 위한 요리 강좌들이 눈에 띈다. 요리를 즐기는 남자들이 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주방 조리도구 상품 매출도 덩달아 호조를 누리고 있다. 롯데월드몰 4층에 위치한 주방용품 판매점 ‘어바웃하우스’ 매장 관계자는 “초보용 도구 추천을 문의하는 남성 고객이 급증했다”며 “남성 혼자 또는 남성들끼리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어바웃하우스’는 7∼8월 주방용품 일평균 매출이 6월 대비 192%나 신장했으며, 품목별로는 칼과 도마, 프라이팬 같은 기본적인 요리도구의 매출이 급증해 전체 매출 신장을 견인했다.

롯데월드몰의 홈베이킹 매장인 ‘브레드가든’ 강혜진 담당은 “여자친구에 선물할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클래스에 참석하는 20∼30대 고객은 물론, 아이와 함께 쿠키를 만들 재료와 기구를 구매하는 중장년 고객도 많다”며 “올해 중반부터 남성 매출 신장률이 여성 매출 신장률을 넘어서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화센터 요리강좌 중 남성 고객이 선호하는 강좌는 파스타, 피자 등 이탈리아 요리나 베이킹 강좌.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관계자는 “요리강좌를 신청한 남성고객 중 40% 이상이 이탈리아 등 양식 요리강좌를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요리 전문가들은 요리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한식요리를 먼저 배울 것을 권했다. 한국외식조리직업전문학교 김경분 교수는 “한식반에서 재료 다루는 요령과 양념배합비율 등을 배우면 혼자서도 응용해서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