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직 각료와 국회의원들이 패전 70주년인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또다시 참배했다. 특히 이날은 간접적으로나마 ‘과거사 반성’의 뜻을 밝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발표 이튿날이어서 일본의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이율배반적 행태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 신사에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의 일종인 다마구시(玉串·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비용을 사비로 봉납했다.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특보가 신사를 방문해 대신 봉납했다. 하기우다 총재특보는 기자들을 만나 “아베 총리의 영령에 대한 감사의 마음, 야스쿠니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베 내각의 현직 각료인 아리무라 하루코 여성활약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 야마타니 에리코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 등 3명은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찾아 참배했다. 이들 세 여성 장관은 지난해 10월 야스쿠니 가을 제사와 올 4월 봄 제사 때에도 참배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무상은 기자들을 만나 “어떻게 위령하고 참배하느냐는 각 나라의 국민의 문제이며 외교 문제화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일본 국회의 초당파 의원연맹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소속된 70명의 의원들도 집단 참배했다. 다만 이번 참배 의원 수는 2013년(100여명)과 지난해(80여명) 8·15 때에 비해 줄었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000여명의 전몰자가 합사돼 있다.
일본 측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우리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은 “일본의 지도급 인사들이 진지한 성찰과 반성의 자세를 행동으로 보여줄 때만이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더욱 강한 어조로 “야스쿠니 신사는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상징”이라며 “공물을 보내고 참배한 것은 다시 한번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심각하게 잘못된 태도를 반영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중국은 참배에 강한 반대와 강렬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덧붙였다.
대만 외교부도 성명에서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 행동을 반성하고 전시에 일본의 침략으로 고통 받은 국가들의 국민감정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했다.
손병호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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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몰자 추도식] 또 입으로만 ‘반성’… 日 각료·의원들 집단 신사 참배
입력 2015-08-17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