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15 특별사면으로 담합 건설사에 대한 공공기관 입찰 제한 조치를 풀어주면서 사면 대상에 앞으로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하는 업체까지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면이 2000년 이후 4번째 건설사 사면이지만 사면 대상에 ‘미래 행위’까지 포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작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 감경제도)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 발표를 보고서야 이를 알았다. 정부가 건설사에 대한 과도한 특혜를 주기 위해 원칙과 정도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토교통부와 공정위에 따르면 지금까지 리니언시 1·2순위 업체는 과징금과 검찰고발 면제(2순위는 과징금 50% 면제) 혜택을 받았지만 공공기관 입찰 제한 행정처분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13일 발표된 국토부의 건설사 특별사면 관련 설명자료를 보면 사면일 이후 일정기간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한 건설사도 사면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돼 있다.
국토부는 담합 건설사의 자진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이라는 설명이지만 아직 공정위의 담합 조사를 받고 있는 일부 대형 건설사를 구제하기 위한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앞서 2012년 신년 특별사면에서는 1월 10일(사면일) 이전 행위에 대한 입찰자격 제한 조치 등 행정제재 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를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지만 아직 입찰자격 제한 행정제재를 받지 않은 건설사를 포함시킨 것도 모자라 향후 자진신고 업체까지 사면 대상을 넓힌 것이다.
특히 입찰자격 제한 조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기존 리니언시 제도에 영향을 주는 내용을 포함시키면서 정부 부처 간 사전 조율조차 없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리니언시 제도를 국토부가 주무부처인 공정위와 한마디 상의 없이 흔들겠다는 것”이라며 “도대체 언제 어떤 식으로 자진신고를 받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담합이 적발되지도 않은 잠재적 범죄 기업에 ‘입찰 사면’을 미리 약속하는 것은 국가계약법에 명시된 담합 입찰자격 제한 제도를 부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법 개정 등 정공법을 쓰지 않고 편법으로 입찰제한 제도를 완화하려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자진신고 기간, 절차 등은 이달 말 공고할 예정”이라며 “공정위 등 관련 부처와 구체적인 내용을 이제부터 논의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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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건설 담합 자수하면 8·15특사 대상”?… 희한한 사면
입력 2015-08-17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