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광복70년 경축사-對日 메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개선 강한 의지

입력 2015-08-17 02:40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70주년 경축사에 담은 대일(對日) 메시지는 과거사에 대한 기존 원칙은 유지하되 향후 보다 유연한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축사가 바로 전날 발표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아베 담화)에 대한 반응이었다는 점에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도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아베 담화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역사는 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산 증인들의 증언으로 살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가 담화에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해 왔다”고 말하는 등 이른바 ‘과거형’ 사죄를 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더 이상의 비판은 삼갔다. 아베 담화가 역대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을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퇴행’으로 치닫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공언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아베 담화가 무라야마·고노 담화 등 과거사에 대한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에 비하면 결코 진전되지 않은 점은 사실이라 해도 원만한 한·일 관계를 위해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양국 관계를 개선해 달라는 미국의 압박과 최근 일본의 중국 밀착 흐름 등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서 우리 정부만 대일 원칙주의 외교 기조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다.

외교 당국도 경축사와 비슷한 수위의 논평을 발표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아베 담화는) 일본 정부가 과거를 어떤 역사관으로 바라보는지 국제사회에 여실히 드러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아베 담화와 관계없이 과거사 문제와 현안은 분리해 대응한다는 대일 투 트랙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가 ‘최악은 피한’ 담화를 내놓고 우리 정부가 ‘부족하지만 받아들이겠다’는 식으로 대응함에 따라 향후 한·일 관계는 경색에서 접근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아베 담화라는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됐기 때문이다. 양국은 하반기 다양한 외교 경로를 통해 관계 개선의 ‘청신호’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일단 아베 담화로 인한 국민들의 반일(反日)감정 격화 등 부정적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푸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3년 넘게 꼬여 온 한·일 관계의 마지막 실타래는 가을에 열릴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될 전망이다. 3국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은 지난 3월 서울에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며 한·중·일 정상 간 대화 테이블 개설에 큰 의욕을 보였다. 당시 3국 외교 수장들은 “3국 정상회의를 조기에 개최한다”는 데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못했다. 우리 정부가 올 연말까지 중·일을 설득해 3국 정상회의를 열고,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까지 이뤄낸다면 한·일 관계는 결정적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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