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올해 광복 70주년 경축사에는 이제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 사건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고, 진정성이 결여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가 발표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으나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북한과 일본에 대해 감정적 표현을 최대한 억누른 채 미래지향적인 상생과 화해를 강조하는데 무게중심을 두었다. 남북관계와 한·일 관계를 실리와 실용성을 최대화하는 쪽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을 완곡하게 밝힌 셈이다. 여기에는 광복 70년 역사에 대한 자신감도 작용하고 있다고 하겠다.
남북관계의 경우 박 대통령은 지뢰 폭발 사건의 충격에도 채찍과 당근을 함께 언급했다.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동시에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경제 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나아가 조만간 6만여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일괄 전달할 테니 연내에 남북 간 이산가족 명단을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인도적 현안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부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자는 얘기다.
그럼에도 북한은 박 대통령 경축사에 대해 “기만의 극치” “파렴치한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한·미 양국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트집 잡아 “무차별 타격” 운운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고립만 심화시키는 행태다. 도발을 중지하고, 박 대통령의 ‘이산가족 명단 연내 교환’ 제의에 호응하길 기대한다.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과거사와 안보·경제·사회문화 분야를 분리해 대처해 나가겠다는 이른바 ‘투 트랙’ 입장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아베 담화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짧게 비판한 뒤 “아베 총리가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점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점은 이를 시사한다. 이는 아베 담화를 환영한다고 평가한 미국 정부와 의견을 조율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일 관계가 과거사 문제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적극 모색할 때가 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일과 중국의 세력 경쟁,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동북아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정부가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방치하면 동북아 외교전에서 밀려날 소지가 있다. 올해 내에 한·중·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
아베 총리도 관계 개선에 일조해야 한다. 무엇보다 과거사와 관련한 망언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키히토 일왕마저 도쿄에서 열린 전국전몰자 추도식에서 “앞선 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히지 않았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하고 합당하게 해결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본의 보수 정치인들이 대거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도 자제해야 마땅하다.
[사설] 미래 강조한 박 대통령, 광복절 축사 추동력 겸비를
입력 2015-08-17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