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로축구팀 ‘옌볜장백산’ 박태하 감독, 조선족의 희망이 되다… 2부리그 꼴찌팀을 1위로

입력 2015-08-17 02:57

요즘 축구는 중국 조선족들의 희망이자 위안거리다. 지린성 옌볜(延邊·연변)조선족자치주의 프로축구팀 ‘옌볜장백산’의 홈경기가 펼쳐지는 옌지(延吉)시 인민체육경기장에는 매번 2만8000명의 관중들로 꽉 들어찬다. 지난해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돌풍의 중심에는 지난해 12월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 박태하(47·사진) 감독이 있다.

지난 12일 라이벌 하얼빈과의 결전을 앞두고 훈련을 벌이고 있는 인민체육경기장에서 박 감독을 만났다. 박 감독은 옌지에서는 ‘스타’나 다름없다. 점심 때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보면 대개는 알아보고 돈을 안 받는다고 한다. 박 감독은 “얼마 전 70대 할머니가 내 손을 꼭 잡고 우시면서 선수들에게 수박과 냉면 사주라고 1000위안(약 18만원)을 주시고 가셨다”면서 “중국 국영 CCTV에서도 화제가 됐다”고 소개했다.

옌볜팀은 지난해 2부 리그에 해당하는 ‘갑(甲)급’ 리그에서 꼴찌를 기록해 3부 리그인 ‘을(乙)급’ 리그로 강등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갑급 리그 2팀의 해체와 자동 강등이라는 행운을 얻어 그대로 리그에 남게 됐다. 박 감독 부임 후 꼴찌 팀이었던 옌볜팀은 무패 행진을 이어가면서 갑급 리그 선두를 달렸다(박 감독과의 인터뷰 당일 옌볜팀은 13승 8무로 무패였다. 하지만 지난 15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펼쳐진 하얼빈팀과의 경기에서는 3대 0으로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옌볜팀 직원 남미령씨는 “주말 경기를 앞두고 보통 수요일 오전 9시부터 티켓 현장 판매가 시작되는데 새벽 6시30분부터 길게 줄이 늘어선다”고 귀띔했다. 박 감독은 “1960년대부터 이곳 시민들의 큰 위안거리가 축구였다고 들었다. 축구는 바로 이곳 사람들의 생활의 일부분이다. 큰 감동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옌볜팀의 좋은 성적에 대해서는 “축구는 감독 혼자 하는 게 아니다”면서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며 선수들 덕으로 돌렸다. 특히 “조선족 선수들은 근성이 있고 악착같다”면서 “그게 기본이 되면 뭘 가르치더라도 잘 흡수한다”고 말했다. 현재 옌볜팀의 전체 27명 선수 중 20명이 조선족이고 3명은 수원 삼성에서 뛰었던 하태균 선수 등 용병이다. 나머지 4명은 한족 출신 선수다.

올해 갑급 리그에서 우승한다면 옌볜팀은 내년 시즌 1부 리그인 ‘슈퍼(超級)리그’에서 뛰게 된다. 박 감독은 우승 예상에 대해 “축구란 게 묘해서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축구를 통해 조선족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축구는 조선족 남녀노소 모두 좋아합니다. 모든 옌볜 조선족들의 꿈과 희망이자 생활의 활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큰 힘을 가진 축구를 통해 (조선족들이) 즐거운 생활을 하도록 돕겠습니다.”

옌지=글·사진 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