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지자체 주민세 올리기 경쟁

입력 2015-08-17 02:07
대구·경북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잇따라 주민세를 올렸다. 지자체들은 주민세 현실화란 명목으로 인상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서민증세’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16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달부터 대구시는 기존 4800원이던 주민세 개인균등분 세율을 1만원으로 인상했다. 1999년 이후 주민세 변동이 없었고 고지서 인쇄비, 우편료, 인건비 등 세금 징수 비용이 수천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민세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게 인상 이유다.

경북 시·군 15곳도 이달부터 3000∼5000원이던 주민세를 1만원으로 올렸다. 23개 시·군 중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들이 앞다퉈 주민세 인상에 나섰다. 재정 상태가 그나마 좋은 포항, 경주, 김천, 안동, 구미, 영주, 경산, 영덕만 올해 인상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대구·경북 지자체들이 일제히 주민세를 인상한 것은 정부 방침 때문이다. 정부는 보통교부금 산정 시 주민세를 인상하지 않는 지자체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부담을 느낀 지자체들이 별다른 여론 수렴 과정 없이 급하게 주민세를 인상한 것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를 상대로 교부금 삭감을 무기로 압박해 주민세를 일방적으로 인상한 것은 치졸한 서민증세이자 우회증세”라며 “정부가 교부금을 핑계로 지방정부를 줄 세우고 경쟁시키는 행태를 볼 때 다른 세금도 줄줄이 인상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