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부활하는 저축銀… 사업 다각화로 저금리 악재 넘었다

입력 2015-08-17 02:56
저금리 기조로 전체 금융권에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저축은행이 지난해 7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면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부실과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로 잇따라 문을 닫은 ‘저축은행 사태’로 신뢰와 수익이 곤두박질친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얻은 성과라 의미가 남다르다. 저금리의 공포를 각종 사업 다각화를 통해 뚫으면서 저축은행업계는 다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사회와의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관계형 금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금리 공포를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로 돌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회계연도(2014년 7월∼2015년 6월) 기준 저축은행 당기순이익은 5008억원으로 2007년(3367억원)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금감원의 부실채권 감축계획에 따라 정리가 이뤄지면서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전년 대비 6118억원 감소했다. 또 PF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이 종료되는 등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그늘은 점차 걷히고 있다.

지난해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최근 몇 년 새 저축은행을 둘러싼 전반적인 경제여건은 좋지 않았다. 저금리로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저금리 영향에서 저축은행만 예외일 수 없다. 저축은행은 수익 다각화를 난관 돌파의 키워드로 삼았다.

대형 저축은행 위주로 10여곳이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해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지난 5월에는 HK저축은행이 골드바 판매를 시작했다. OK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은 체크카드 발급 업무를 시작하고 예·적금 상품과 연계해 우대금리를 주는 등 방식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업계 최초로 온라인주택대출 상품을 출시해 주택담보시장 공략에 나섰다.

업권 간 칸막이를 없애 금융 발전을 모색하려는 정부의 지원도 저축은행 회생에 발판이 됐다.

정부는 저축은행 체크카드 활성화를 위해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하도록 했다. 취급 실적이 미미했던 보험·신용카드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제휴 카드사 카드를 저축은행에서 발급하고 결제계좌를 저축은행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외에 다른 정책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것도 허용했다.

여기에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영업에 나선 대부업계열 저축은행들의 공격적 마케팅이 최근 몇 년 새 두드러졌다. 텔레비전 등 매체에 대한 광고를 적극적으로 내보내면서 인지도 향상과 여수신 확대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저금리임에도 지난해 저축은행 이자이익이 1870억원가량 이른 배경이다.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영업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앞날이 밝지는 않다. 정치권으로부터 최고금리 인하 압박이 가중되고 있고, 다음 달부터는 TV광고 규제를 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TV광고 규제가 개선되고 있는 저축은행 이미지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서민금융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34.9%에서 연 29.9%로 5% 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선 관련법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고금리를 연 25%까지 낮추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했고, 업권별 금리 차등적용(대부업 연 25%, 여신금융기관 연 20%) 법안이 발의되는 등 금리인하 압박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평일 오전 7∼9시, 오후 1∼10시,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오전 7시∼오후 10시 저축은행 TV광고를 할 수 없다. ‘쉽게’ ‘편하게’ 등의 문구도 담을 수 없다. SBI·OK·웰컴·HK·JT친애저축은행 등은 TV광고를 통해 친근감을 형성하며 인지도를 쌓아왔지만 이런 규제로 인해 광고를 내보낸다고 해도 효과가 떨어지게 됐다.

◇길은 ‘관계형 금융’에 있다=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이 나아갈 유일한 길은 ‘관계형 금융’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계형 금융의 핵심은 지역사회 고객과 유대관계를 구축해 담보가 아닌 평판, 가족환경, 성품 등의 정성적 정보를 대출 시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중은행과 차별화될 수 있고 특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 영역도 개척할 수 있다.

이는 대형 저축은행들이 영업을 확대하며 시중은행과 같은 영업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경제가 어려워질 때 바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제기됐다. 정부도 지난해 저축은행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며 저축은행이 지역 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축은행업계에 관계형 금융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자신에게 맞는 대출심사 관리 방법을 찾아 특화시킴으로써 시중은행과 차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산업단지에 위치한 저축은행은 기계를 만드는 공장을 평가할 수 있는 방식을 고안해 그 분야 대출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 은행이 아닌 그 저축은행을 찾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에서는 저축은행 금리가 은행보다 높지만 보수적인 은행과 달리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돈을 바로 회수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형성돼 있다”며 “이런 선순환 구조가 저축은행이 설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