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환자의 간절함을 노린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 허위·과장 광고가 너무나 많아요.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선전하는 탈모 제품 재평가가 시급합니다.”
대한모발학회 심우영(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 회장은 17일 “탈모 환자들은 비의학적 민간요법에 한 번 현혹되면 계속 찾게 되고 그때마다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대로 치료받을 시간을 잃게 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탈모에 대한 높은 관심과 달리 탈모증을 질병으로 바라보고 치료하려는 사회적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6개국 남성 탈모환자 604명 조사에서 한국 환자는 평균 4.2회 자가 치료법(샴푸, 녹차 물, 탈모방지 빗 등)을 시도한 뒤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3.4회) 프랑스(2.1회) 독일(2.3회) 등에 비해 자가 치료 비율이 훨씬 높았다. 또 국내 탈모 환자가 의학적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7.3년이었다. 이 기간에 적절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국내 탈모 시장이 이처럼 비의학적 치료 위주로 형성된 데에는 탈모 개선 효과가 있는 것처럼 오인케 하는 의약외품과 화장품의 과장된 효능·효과 표기가 한몫 하고 있다. 최근 개정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르면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샴푸는 ‘탈모 방지, 모발 굵기 증가’ 표기가 가능하다. 반면 화장품으로 분류된 일반 샴푸는 화장품법에 따라 ‘피부 및 모발의 건강 유지 또는 증진’이라는 문구를 기재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모발학회는 지적했다.
엄밀히 말해 둘 다 치료 효과를 표방해선 안 된다. 하지만 ‘탈모 방지’ 문구는 탈모증 발생 자체를 억제한다는 ‘치료’의 의미로 인식될 수 있다. ‘모발 굵기 증가’도 모발이 점점 가늘어지며 빠지는 증상(안드로겐성 탈모)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심 회장은 “이런 제품을 쓴다고 탈모가 방지되거나 모발 굵기가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효능·효과 표기는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약외품 탈모방지 샴푸의 효력평가시험 가이드라인의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존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탈모방지 샴푸와 유효성분 및 규격 등이 동일할 경우, 효능 증명을 위한 임상시험을 따로 진행하지 않아도 허가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새로 출시되는 제품은 기존 제품과 동일한 유효 성분만 명시하면, 임상시험 자료제출이 면제되는 것. 심 회장은 “허울 뿐인 효력평가 가이드라인을 고쳐 엄격히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확산성 탈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허가받은 일부 일반의약품 광고도 오해 소지가 있다. 심 회장은 “제품설명서의 일반주의사항에 ‘안드로겐성 탈모증’(특히 남성형 탈모)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기재돼 있음에도 광고에 남성 모델을 기용해 ‘남자는 모발이 자신감이지’ ‘남녀 모두 간편하게 복용’ 등의 문구를 사용한다. 마치 남성형 탈모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혼선을 초래할 수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심우영 대한모발학회장 “탈모 관련 허위·과장 광고 난무, 치료 방해”
입력 2015-08-18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