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면피성 사죄] “과거의 사과 되풀이, 자신은 안해” 냉담

입력 2015-08-15 03:59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를 두고 외신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과의 진정성도 없을뿐더러 앞으로는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문구가 한국 중국 등 이웃 국가들의 감정을 오히려 상하게 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AP통신은 “아베 총리는 과거의 사과들을 되풀이했지만 자기 자신의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로이터통신 역시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 등 과거의 사죄를 이야기하면서 ‘극도의 슬픔’을 언급했지만 그만의 직접적이고 새로운 사과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대목은 아베 총리가 “전쟁과 아무 상관없는 우리의 자녀와 손자, 그리고 미래 세대에 ‘사죄하는 숙명’을 지워선 안 된다”고 한 부분이다. 주요 외신들은 일본이 더 이상 사죄의 의지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했다. AFP통신은 “일본 총리가 미래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사과할 의무가 없다고 밝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직접적으로 사과하지 않은 데 대해 “한국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야당과 학계에서도 “핵심을 피하려고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일본 NHK에 따르면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을 요구하는 학자 및 전직 외교관 모임은 이날 오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라야마 담화의 4가지 핵심 단어를 어떻게든 빠뜨리지 않고 겉을 꾸리려고 한 괴로운 담화”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아베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가한 고통에 대해 ‘깊은 후회(deep remorse)’를 표현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아베 총리가 이전 정부의 역사 관련 담화를 계승한다고 한 약속 역시 환영한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