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면피성 사죄] “‘희석된 사과’ 진정성 시험서 불합격” 혹평

입력 2015-08-15 03:58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 대해 중국 언론들은 진정성이 결여된 수사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내놨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저녁 발표한 영문 논평에서 “아베의 희석된 사과(watered-down apology)는 ‘진정성 시험(sincerity test)’에서 불합격(fails)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자신의 기반이 되는 우익세력을 만족시키는 한편 일본과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언어적 트릭’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서 후퇴한 것”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또 아베 총리가 “차세대 아이들에게 사과를 계속할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의) 한 번의 사죄로 역사의 페이지를 닫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고 꼬집으며 “그러나 일본의 침략으로 고통 받은 국가들은 일본이 공포스러운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를 항상 기억하는 것처럼 어두운 역사를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롄더구이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센터 부주임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에 아베 담화에는 숨겨진 매복이 있다면서 은연중 일본이 행한 과거 전쟁의 성격을 모호하게 희석함으로써 마치 일본이 강박과 오판에 의해 다른 국가를 침략한 것처럼 오도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은 그동안 아베 담화에 ‘침략’과 ‘사죄’를 넣을 것을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당분간 중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다음 달 중국 항일 전승기념일 열병식을 전후해 예상됐던 아베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도 불투명하게 됐다. 앞서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에 이어 올해 4월 반둥회의에서 잇따라 정상회담을 가지며 화해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담화 내용이 중국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모처럼 조성된 중·일 관계 유화 국면도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