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심야에 발생한 중국 톈진항 물류창고 대형 연쇄 폭발사고의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시안화나트륨(청산가리) 등 강한 독성 물질이 다량 유출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세계 4위권 규모이자 동북아 최대 항구가 막히게 될 경우 물류 차질로 인한 물적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폭발로 사망자 수가 최소 56명에 이르는 가운데 소방관이 21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집계돼 역대 최악의 소방관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영 영자신문인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언론들은 폭발 현장 주변 하수도에서 시안화나트륨이 검출됐다며, 이 독성 물질이 이미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폭발사고가 난 물류창고에는 최소 700여t의 시안화나트륨이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관이 뿌린 물이 이들 물질의 유출과 더불어 폭발을 부채질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소방 당국의 레이진더 선전부국장은 대원들이 창고가 넓어 질산칼륨 등 위험물질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고 언론에 말했다. 현장에서 폭발한 질산칼륨은 폭탄의 재료로도 사용되는데 산소가 공급되면 연쇄 반응을 일으켜 폭발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국의 허가를 받아 폭발 현장에 접근한 관영 CCTV는 완전히 폐허가 된 폭발사고 핵심부의 모습을 촬영해 공개했다. CCTV 기자는 “3분 정도 서 있었는데 피부가 가렵고 아팠다”며 현장이 화학물질 등으로 오염된 상태임을 시사했다.
중국 당국은 214명으로 구성된 베이징군구 산하 ‘국가급 생화학부대’를 구조 현장에 투입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중국 인터넷상에는 유출된 화학물질이 공기를 타고 톈진은 물론 수도 베이징까지 오염시켰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차이나데일리가 전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과 베이징 환경 당국은 이번 폭발로 톈진 지역 공기질이 일시적으로 악화되긴 했지만 지금은 ‘안전한 수준’을 되찾았다고 부인했다. 다음 달 3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을 앞두고 있는 베이징시는 1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폭발 위험성이 높은 화학품 생산을 일체 중단하도록 했다.
이번 폭발사고로 항구에 보관 중이던 차량 수천대를 비롯해 각종 화물과 무역 시설도 불에 탔다. 한국 기업들도 일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양수산부는 사고 당시 자동차 야적장에 현대·기아차의 수출용 차량 4100여대가 있었고 모두 전소됐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피해액은 1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사고로 차량 손실분만 20억 위안(약 3643억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톈진항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톈진항을 이용하는 중국 북부 지역의 물류도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톈진은 베이징·상하이·충칭과 함께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4개 도시 가운데 하나로, 톈진항은 연간 5억4000만t의 철광석과 석유, 자동차 등 화물을 처리한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이종선 기자, 세종=서윤경 기자 remember@kmib.co.kr
中 톈진항 폭발 현장 ‘맹독성 물질’ 다량 유출된 듯
입력 2015-08-15 0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