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아베 면피성 사죄] 정부 “진정성 있는 행동이 중요”… ‘최악 아니다’ 판단

입력 2015-08-15 03:55
광복 70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독도 해상에서 우리 해군 천왕봉함(아래)과 서애류성룡함(왼쪽 위), 양만춘함 등이 기동항해를 실시하고 있다. 천왕봉함 갑판 등에는 태극기가 선명하게 펼쳐져 있다. 해군 제공
우리 정부는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전후 70주년 기념 담화(아베 담화)’에 대해 “앞으로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언급이 미흡하지만 최악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고노 담화의 역사인식을 근본적으로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여론과 달리 양국 간 외교관계를 고려한 스탠스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한·일 관계도 어느 정도 개선의 여지가 생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요구와 중·일 관계 복원 흐름 등 현재 동북아 정세상 대일(對日) 관계 회복이 절실한 상황에서 최소한 이번 담화가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으리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아베 담화를 평가하면서도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실망스럽지만 그렇다고 기존 국제체제에 도전하거나 과거사를 망각하겠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우리 정부의 향후 대일 스탠스에 대해 “(아베 담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동북아 국제정세에 냉정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정부는 아베 담화 발표가 임박해지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을 따로 만나 “양국 관계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아베 담화 내용이 중요하다”고 당부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확실히 계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출발시키려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총력전’을 펼친 것은 아베 담화를 계기로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2012년 말 거의 동시에 집권했음에도 지난 3년간 단 한 차례도 정상회담을 갖지 못하는 등 양국은 계속 서먹한 관계만 이어온 게 사실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의 주축인 미국은 소원해진 한·일 사이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아 왔다. 거기다 일본은 우리와 똑같은 과거사 문제로 소원해졌던 대중(對中)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 왔다. 급격한 합종연횡이 이어지는 대외 환경에서 우리 정부만 ‘대일 원칙주의 외교’를 고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향후 양국 관계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올해 안에 한·일 정상이 대화테이블을 차릴지 여부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 외교 수장들은 3국 정상회의를 조기에 개최키로 합의했다. 따라서 3국 정상회의가 열릴 경우 자연스럽게 한·일 정상회담도 이 계기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