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복 70년, 통일한국 선진강국의 元年으로

입력 2015-08-15 00:15
광복 70년의 아침이 밝았다. 광복 70년은 대한민국을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세계 9위 무역대국,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강국으로 세계무대에 우뚝 서게 한 자랑스러운 역사다.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넘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조국의 광복과 북한의 침략에 맞서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모든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순국선열 앞에 다시금 옷매무시를 여미게 된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만큼 빠른 성장을 이룩한 국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은 광복 당시에 비해 3만1000배, 국민 1인당 총소득(GNI)은 420배 증가했다. 또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됐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현 상황은 광복 70년의 환희와 기쁨을 만끽할 만큼 녹록하지 않다. 남북관계는 계속된 북한의 도발로 일촉즉발의 긴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오늘부터 우리와 다른 표준시간인 ‘평양시’를 사용한다. 분단의 고착화를 의미하는 평양시 사용은 남북 공통 국경일인 광복절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으로 재고돼야 마땅하다. 한·일 관계 또한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 드라이브로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설상가상 경기마저 불황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어 온 국민이 함께 축하해야 할 광복 70년을 딴나라 이야기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마냥 자축하고 기뻐할 수만 없는 광복 70년의 두 얼굴이다.

강산이 일곱 번 바뀌었지만 진정한 광복은 먼 느낌이다. 일본식 법률용어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도 일제 잔재가 수두룩하다. 그런가 하면 정부의 독립유공자 묘소 관리 체계는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한심한 수준이다. 충북 청주와 경남 창원에선 일부 단체와 상인들의 반대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무기 연기되는 일이 벌어졌다. 선열을 대하기가 참담한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러면서 광복을 운위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광복 70년이 재건과 중흥의 역사였다면 앞으로의 70년은 번영과 전성(全盛)의 역사가 돼야 한다. 우리 국민은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결코 굴하지 않는 강인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 비록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국내 경기 전망 또한 그리 낙관적이지 않지만 대한민국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도 남을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면 그 시간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 그리하여 광복 70년을 반쪽짜리 광복에서 온전한 광복을 이루는 통일한국, 선진강국으로 나아가는 원년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