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성한 얼굴로 하나님 만나고 싶어요” 북한서 받은 성형수술 부작용… 탈북민 장숙희씨 아픈 사연

입력 2015-08-20 00:12
탈북민 장숙희(가명·가운데)씨 가족이 18일 인터뷰를 마치고 사랑의 하트를 그리고 있다. 성형부작용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장씨는 자유 대한민국에서 자녀들과 함께 거리를 거닐고 교회에 출석하는 게 소망이다.

탈북민 장숙희(가명·47·여)씨에겐 큰 고민거리가 있다. 곱게 한 화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성형후유증이다.

‘북한판 선풍기 아줌마’로 불리는 장씨를 지난 18일 서울 근교 집에서 만났다. 아들 김근우(가명·24·대입준비)씨, 딸 김은지(가명·18·대입준비)양과 힘들지만 소박한 꿈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장씨의 얼굴에는 크고 작은 11번의 성형수술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입과 코는 찌그러졌고 짝눈인 데다 덕지덕지 붙은 살갗 등 얼굴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2012년 두만강을 건너 자유 대한민국에 도착했지만 성형부작용 때문에 집안에만 있는 실정이다. 장씨는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데도 사람들이 자꾸 쳐다본다”며 “이 때문에 병원에서 주는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가 얼굴에 처음 손을 댄 것은 20대 초반이다. 어릴 때부터 오른쪽 뺨에 아기 주먹만한 붉은 반점이 있었던 그는 북한에서 소위 ‘성형수술’을 했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반점을 힐끗 쳐다보고 한마디씩 하는 게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북한 의사는 그의 허벅지 살을 떼어다 얼굴에 붙였다. 내심 기대가 컸다. 하지만 자리를 잡는가 싶더니 오히려 수술한 부위가 더 빨개졌다.

‘아차’ 싶었다. 함흥, 평양 등 큰 도시의 병원에서 ‘뇌물’을 주고 수술을 더 시도했다. 하지만 얼굴은 좋아지지 않았다. 담배와 TV 등 성형수술해 준 북한 의사들에게 건넨 뇌물 목록만 쌓여갈 뿐이었다.

“북한에선 금광석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어요. 미신을 믿었고요. 고춧가루를 몸에 지니고 있으면 아무 일 없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다녔으니까요. 남한에 오니 거리에 십자가가 많아 겁이 났습니다. 북한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거든요. 하지만 어디든 갈 수 있고 신앙도 자유롭게 가질 수 있는 이 땅이 너무 좋고 감사했습니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북한을 위해 기도해 줬으면 좋겠어요.”

아들 김씨는 2010년 한국에 온 뒤 교회 쉼터 등에 거주하며 식당 서빙과 배달 일을 했다. 그는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돈을 열심히 모아 2년 만에 어머니와 여동생을 한국으로 데려왔다”고 말했다. “배달 일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이가 8개나 부러지고 의식을 잃었습니다. 당시에는 북한에 있는 가족을 데려오기 위한 브로커 비용 마련이 시급했기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어요. 지금도 잇몸에 고름이 차고 신장과 간이 성치 않습니다.”

게다가 김씨는 성형부작용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까지 돌보느라 지쳐 있었다. 하지만 꿈이 있어 지금의 힘든 상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 사람들은 하늘에 대고 기도합니다. 신앙을 들키면 보위부에 끌려가니까요. 북한에서 공개 총살하는 장면을 세 번이나 봤거든요. 그들 중엔 남한에 가려다 붙잡혀 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사상이나 거주이전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곳에 와서 깨달았습니다. 크리스천 청년으로서 꼭 북한학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해 통일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가한 김양은 “엄마 얼굴이 예쁘게 고쳐지면 가족사진부터 찍고 싶다”며 “쇼핑을 다니고 교회에서 엄마와 예배를 드리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