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여자아이는 겁먹은 표정이었다. 남자는 아이 손을 묶은 뒤 입에 재갈을 물렸다. 남자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 뒤 침대 위로 올라갔다. 아이의 비명은 재갈에 묻혔다. 남자는 일을 마친 뒤 다시 침대 아래로 내려가 기도를 했다. 그는 “신은 나에게 너를 가지는 걸 허락했다”고 말했다.
남자는 극단적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전사였다. 아이는 이라크 북부지역의 소수 종파인 야지디족 소녀였다. IS는 성에 굶주린 이슬람 젊은이들을 전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린 소녀들에 대한 강간과 성노예를 교리로 규정한 매뉴얼까지 만들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S가 만든 34쪽 분량의 매뉴얼은 IS전사가 이교도 중 여자아이와 성관계를 맺는 건 신에게 다가가는 일종의 예배의식이라고 가르친다. 매뉴얼은 특히 IS전사는 성노예를 가질 권리가 있으며 성노예를 사고파는 계약서 표준까지 제시했다. IS는 성노예를 합리화하기 위해 코란을 인용하면서 젊은 전사들에게 교리로 주입시켰다.
그러나 케이사 알리 보스턴대 교수는 “코란에서도 성노예를 제도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며 “명백한 경전 왜곡”이라고 비난했다.
IS는 지난해 8월 야지디족 근거지인 신자르 지역을 장악한 이후 유독 야지디 여성을 상대로 반인륜적인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 바버 연구원은 “야지디족은 다신교를 믿는 데다 구전으로 신앙을 이어가고 있어 IS는 그들을 유대인이나 기독교인보다 더 증오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쿠르드난민수용소에서 NYT와 인터뷰한 야지디 소녀 F(14)는 1년 전 가족들과 함께 IS 감시망을 피해 달아나려다 붙들려 성노예로 팔려갔다. IS는 F의 가족 9명 중 남자 어른들을 구덩이로 몰아넣고 총을 쐈다. 엄마와 헤어져 트럭에 실려간 F는 어느 결혼식장 건물에 수용됐다. 쿠르드 여자만 1300여명이 웅크린 채 모여 있었다. F는 버스에 태워져 이라크 내 군부대로 끌려갔다. 군인들은 깔깔 웃으며 “넌 나의 사바야(노예)”라고 조롱했다.
다른 여성들도 대부분 전투지역으로 끌려가거나 노예 도매상에게 넘겨졌다. 도매상은 번호를 매기고 사진을 찍어 ‘고객’들에게 구매를 유도했다.
현지 활동가들은 지난해 IS에 납치된 야지디 여성이 모두 5270명이며, 이 중 3144명이 아직 성노예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반인륜 IS’ 강간·성노예를 교리로 둔갑… 성노예 매매 계약을 위한 매뉴얼까지 만들어 보급
입력 2015-08-15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