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억압을 콜라주 형식으로 표현한 무언극… 한국·벨기에 합작 퍼포먼스 ‘님프’ 21∼22일 공연

입력 2015-08-17 02:01
유럽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겸 안무가 허성임과 벨기에 연출가 스테프 레누어스가 공동 작업한 ‘님프’는 여성의 다양한 모습을 서구 신화 속 님프에 비유해 콜라주 형식으로 풀어냈다. 사진은 작품 이미지. 허성임 제공

허성임(40)은 ‘현대무용의 성지’ 벨기에에서 얀 파브르-트루블렌 컴퍼니, 쎄드라베 무용단, 니드 컴퍼니 등 세계적인 무용단의 무용수로 활약해 왔다. 벨기에의 유명 무용학교 PARTS(Performing Arts Research and Training Studio) 출신인 그는 2008년 얀 파브르가 안무한 솔로작 ‘여자가 남자의 주역이었을 때’로 국내 관객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 전라의 파격적이고 직설적인 움직임으로 몸의 아름다움을 그려낸 바 있다.

지난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도 니드 컴퍼니 작품 ‘머쉬룸’ 무용수로 내한했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작업을 꾸준히 해온 안무가이기도 하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안무가 장수미와 함께 2013년 ‘필리아’를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선보였으며 지난해엔 ‘튜닝’을 LIG아트홀에 무대에 올렸다. 두 작품 모두 몸의 원초적인 움직임과 폭발적인 에너지로 주목을 받았다.

허성임이 올해 벨기에 연출가 스테프 레누어스와 손잡고 만든 퍼포먼스 ‘님프’를 21∼22일 서울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그가 안무를 맡고 레누어스가 연출을 담당한 ‘님프’는 무용과 연극 하나의 장르로 특정 지을 수 없는 무언극이다. 내년 하반기 벨기에 브뤼셀과 메켈른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브뤼셀 연극학교 리츠(RITS) 교수이자 극단 아바토와 페르메의 예술감독인 레누어스는 영화와 뮤지컬, 오페라,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2011년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는 허성임을 무언극 ‘몽키’에 캐스팅 한 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레누어스와 작업하며 작품을 만드는 관점의 확장을 경험한 허성임은 2013년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솔로이스트 공연 ‘출입구 또는 몽환’에 레누어스를 안무가로 초청했다.

이번에 공연되는 ‘님프’는 2년 전 한국을 방문한 레누어스가 한국 사회에 만연된 여성에 대한 억압에 깊은 인상을 받아 시작됐다. 서구 신화에 등장하는 님프는 요정으로 선과 악 등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허성임과 레누어스는 한국 여성을 님프에 비유해 외적 변화와 심리적 갈등 등을 다양한 콜라주 형식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관객은 이미지들이 연속된 이 작품의 이야기를 스스로 완성시켜야 한다. 공연에는 허성임을 포함해 한국 무용수 세 명과 벨기에 배우 세 명이 출연한다. 특히 ‘댄싱9 시즌3’에서 주목받은 무용수 김혜경도 나온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