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은 지난달 29일 오토바이를 타다가 실종된 교사 에드워드 카바나우를 찾기 위해 엘도라도 국립공원에 무인비행기 ‘드론’을 띄웠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내에서 인명구조 및 수색 작업을 위해 무인비행기를 이용한 첫 사례”라고 전했다. 2013년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는 처음으로 화재 진화 작업에 드론이 사용됐다.
공중을 떠다니며 사람의 발이 닿기 힘든 곳의 모습을 담는 카메라, 하늘을 날아 배달 오는 택배…. 21세기가 되자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현실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드론을 통해서다. 기술 발달이 인간에게 편의를 가져다주게 된 대표적인 예다. 물건을 주고받는 일부터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는 일까지 쓰임새가 폭넓다.
◇우편물부터 인터넷까지 “무엇이든 배달해드립니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올 연말 보잉737 기종과 같은 크기의 날개를 장착한 태양열 충전식 드론 시험 운용에 나선다. 드론을 매개로 하늘 아래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날개 길이는 42m, 무게는 453㎏에 달하며 한 번 충전되면 3개월까지 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드론은 지상으로부터 27㎞(9만 피트) 높이까지 올라가 여객기나 뇌우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만들어졌으며, 각각의 드론은 반경 3㎞ 이내 범위에서 원을 그리며 날도록 설계됐다.
드론은 광학레이저를 통해 초당 10기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인터넷 신호를 지상에 있는 기지국으로 보낸다. 제이 파리크 페이스북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한 대의 드론이 반경 50㎞ 내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위스 우체국은 지난달 ‘드론 집배원’ 시험 운용을 시작했다. 드론으로 외부인의 접근이 힘든 지역까지 우편물이나 소포를 배달하는 것이다. 우체국 측은 4개의 프로펠러가 달리고 가운데가 빈 ‘좌변기와 비슷한 모양과 크기’를 가진 흰색 드론을 선보였다. 드론 중앙에는 우체국 로고가 찍힌 노란 박스가 설치돼 우편물을 실을 수 있도록 했다.
스위스 우체국 관계자는 “드론은 1㎏ 이상의 우편물을 싣고 한 번에 10㎞ 이상을 날아갈 수 있으며 안전한 경로를 따라 자동 비행한다”면서 “향후 5년 내 상용화될 때까지 기능개선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를 지키는 ‘참 선한 드론’…사람도 살리고, 동물도 살리고=실종된 사람을 찾는 데 쓰이기 시작한 드론은 오지에 사는 환자들의 목숨을 살리는 데도 활용될 전망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진은 최근 실험을 통해 드론이 이착륙 시 덜컹거리는 가운데서도 드론에 실려 있는 혈액 샘플 등 의학용 시료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어 과학 학술지 플로스원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들로부터 336개의 혈액 샘플을 채취한 뒤 절반은 자동차에, 나머지 절반은 드론에 실어 병원으로 보냈다. 이후 두 개 집단의 혈액 샘플을 검사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존스홉킨스 의대 티머시 아무켈레 교수는 열악한 의료 접근성이 가난한 환자들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고 사망 등 부정적인 치료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전의 연구 결과를 보여주면서 “드론 기술은 환자들이 보다 쉽고 저렴한 방법으로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켈레 교수는 드론을 통해 아프리카 지역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우간다 마케레레 국립대와 함께 연구 중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보이시주립대 연구팀과 함께 아이다호주 서부에 서식하는 들꿩 등 멸종위기 야생 동물을 지키는 데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들꿩이 사는 곳에 어떤 풀이 자라고 있는지 미리 ‘식물 서식지도’를 그려 화재로 숲이 타버려도 그 자리에 들꿩이 먹지 않는 풀을 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질조사국 매트 저미노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지도가 부실해 들꿩뿐만 아니라 들꿩이 먹고 사는 세이지브러시(약초의 한 종류)를 보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들꿩이 사는 곳에 들꿩이 먹지 않는 종류의 세이지브러시를 잘못 심는 일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드론의 두 얼굴] 보면 반가운 ‘착한 비행’
입력 2015-08-15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