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3일 단행한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절제된 사면’이라고 강조했다. 사면된 경제인 14명 중에 당초 거론됐던 주요 기업인이 대부분 빠진 점이 이런 설명을 뒷받침한다. 생계형 사범과 중소·영세 상공인이 폭넓게 포함된 점도 특징이다. 하지만 최태원(55) SK그룹 회장이 유일하게 잔형(殘刑) 면제에 복권(復權)까지 되면서 이번 사면이 사실상 ‘최 회장 구하기’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면 전력’이 김승연·최태원 운명 갈라=정부가 밝힌 경제인 특별사면 기준은 5가지로 요약된다. 죄질, 피해회복 여부, 복역기간, 사면 전력 횟수, 사회기여 및 향후 경제기여 정도다. 6개월 내 형이 확정됐거나 최근 5년 내 특별사면을 받은 경우는 제외됐다.
김승연(63) 한화그룹 회장이 제외된 데는 1995년과 2008년 두 차례 사면 전력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사면 전력은 2008년 한 차례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면 전력이 한 번 있는 경우는 두 번 있는 경우보다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한화그룹 김현중·홍동옥 고문은 사면됐다.
구자원(80) LIG그룹 회장 3부자는 사기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서민 수백명에게 피해를 준 점을 감안해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격론 끝에 구 회장 일가를 최종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부회장도 제외됐다. 최 부회장은 SK그룹 횡령 사건으로 형과 함께 기소돼 징역 3년6개월 형이 확정됐다. 형제를 모두 사면했다는 비판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사면 과정에) 경제 5단체에서 민원이 많이 들어왔고 본인이 해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하나 기준에 맞는지 가려서 사면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1460일(4년) 형기 중 925일을 채우고 14일 자정 석방된다. 형기를 3분의 2(63%) 정도 복역하고 출소하는 셈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 사면의 가장 큰 수혜자는 최 회장”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두 번째 광복절 특사=최 회장은 이번 광복절 특사가 거론되면서부터 유력한 사면 대상으로 꼽혔다. 다만 회삿돈 수백억원을 끌어다 개인 투자에 사용한 죄질 등을 고려할 때 사면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 회장은 2008년 11월 460억원대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펀드 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2012년 1월 기소됐다. 역술인 의혹이 일었던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회삿돈을 멋대로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당시 1심은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며 “2008년 광복절 사면을 받은 후 3개월 만에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나쁘다”고 꼬집었다. 최 회장은 2003년 1조9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08년 집행유예가 확정됐다가 같은 해 사면을 받았다. 2심도 최 회장의 사면 전력을 언급하며 “향후에도 이런 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2심도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재벌 총수들에 대한 법원의 양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특별사면이 ‘경제범죄 무관용 원칙’을 약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재벌 회장 등 대기업 관계자를 포함시킨 것은 법치주의를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향후 사면권 행사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인, 금품수수 사범은 “애초 검토하지 않아”=법무부는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 놓고 맞는 사람을 사면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정치인, 금품수수 등 부패사범과 살인 등 국민 안전을 위협한 강력범죄 사범은 배제했다. 벌금, 추징금 미납자, 현 정부 출범 후 비리를 저지른 사범도 제외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의지로 이해해도 된다”고 말했다.
노동사범 시국사범은 애초 사면 대상으로 검토되지 않았다. 군무이탈이나 탈영으로 처벌받은 10명도 사면됐다. 고위 군 간부는 포함되지 않았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건설·소프트웨어 업체, 영세 어민과 운송사업자 등에 대한 행정 제재도 대부분 감면됐다. 법무부는 일반 형사범 특별사면자 가운데 중소·영세 상공인이 1158명이라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광복절 특사-특별사면 의미와 특색] 최태원-김승연 운명 가른 것은 ‘사면 전력’
입력 2015-08-14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