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무인비행기] 드론 열풍 무법 광풍

입력 2015-08-15 02:31

휴대전화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각자의 ‘드론’(drone·무인비행기)을 갖게 되는 시절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주로 적진을 정찰하거나 테러리스트들을 격퇴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군사적 드론이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드론 열풍이 불고 있다. 드론을 잘 활용한 좋은 소식이나 드론으로 인한 나쁜 소식은 연일 외신을 달구고 있다.

드론 확산세가 두드러진 미국의 경우 올들어 8월 현재까지 ‘개인 취미생활’ 용도로만 모두 70만대의 드론이 팔렸을 정도다. 이는 지난해보다 63% 증가한 것으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드론 판매가 앞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론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사용자들의 모임인 ‘한국드론협회’가 생겨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취미용 드론은 면허증이 없어도 되고, 등록할 필요가 없으며 따로 조종훈련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날릴 수 있다. 지난 6월 한국인이 조종한 드론이 조작 미숙으로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표적 상징물인 두오모 성당에 충돌했다. 미국에선 드론이 이웃집에 잘못 넘어가는 바람에 ‘염탐한다’거나 ‘몰카’를 찍는다고 오인한 이웃이 총으로 격추시키는 사건도 빈번하다. 사정이 이렇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드론 초보운전’을 제지할 규정이 없는 상태다. 사고가 잇따르자 최근 중국이 ‘드론 조종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드론으로 인한 사고가 워낙 많이 발생하자 미 공화당 소속 테드 게인즈 상원 의원은 “유튜브에 드론으로 찍은 동영상을 자랑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타인들의 목숨이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외신들을 분석해보면 드론에 의한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몇 배 많은 상황이다. 특히 비행기와의 충돌 사고가 많이 발생하자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하늘길을 취미용 저속 드론길(고도 60m 이하)-상업용 고속 드론길(120m 이하)-유인 비행기길(150m 이상) 등으로 구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론’을 마냥 규제하기에는 드론의 장점들 역시 무궁무진하다. 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염병 창궐을 막기 위해 병균을 옮기는 모기 채집용 드론을 개발 중이고, 지난 4월 지진이 발생한 네팔에서는 드론으로 산간오지 마을을 수색하기도 했다. 중국은 환경오염 감시에 드론을 투입했고, 아프리카에서는 자연 생태계 보호에 드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드론의 폭발적 성장세는 기업에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가장 주목받은 코너가 ‘드론 전시실’이었을 정도로 드론은 산업적으로도 중요해졌다. 일본의 야마하모터스와 소니, 중국의 전자업체 DJI 등이 ‘드론 제조업’에 뛰어들었고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은 드론을 활용해 기존 사업의 범주를 더욱 넓히는 ‘드론 서비스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독일은 국가시설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소형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드론 킬러’ 레이저 무기를 개발해 수출에 나서는 등 ‘나쁜 드론’도 신산업을 창출케 했다.

드론은 이제 더 이상 인류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쓰기에 따라 인류에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학교에서 드론의 윤리적 사용을 다룬 수업이 ‘필수 교양과목’이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