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톈진항 최악 폭발사고…최소 44명 사망·500여명 부상

입력 2015-08-14 03:00
중국 톈진항의 화학물질 물류회사 창고에서 12일 밤 발생한 폭발 사고로 근처 차량 야적장의 차량들이 완전히 불에 탄 채 세워져 있다. 야적장 뒤편 건물들도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어 폭발 당시의 강도를 짐작케 한다. 톈진항이 있는 톈진시 빈하이신구는 중국의 경제 중심지로 삼성전자와 현대모비스, LG화학 등 100여개 한국 기업이 입주해 있어 우리 기업들의 수출입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AP연합뉴스

중국 수도 베이징으로 들어가는 관문 격인 톈진항에서 12일 오후 11시30분(현지시간)쯤 대형 연쇄 폭발사고가 발생해 최소 44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중국 당국이 공식 확인한 실종자와 중상자만 각각 수십명에 달해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3일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폭발은 루이하이라는 물류회사의 위험물 적재 창고에 야적된 컨테이너에서 발생했다. 처음 폭발했던 불꽃이 다른 창고로 번지면서 30초 간격으로 두 번째 폭발이 발생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사고가 난 창고에는 시안화나트륨(청산가리) 등 폭발하기 쉬운 유독물질들이 보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 충격이 수㎞ 밖까지 전해지면서 인근 주택가 창문이나 자동차가 부서지는 피해도 났다. 중국지진센터는 “첫 폭발의 강도가 3t 규모의 TNT(군용폭약) 폭발 강도와 맞먹었으며, 2차 폭발은 21t 폭발 강도에 달했다”고 밝혔다.

폭발 지역에서 수㎞ 떨어진 곳에 사는 한 주민은 중국 관영 CCTV에 “처음에 지진이 난 줄 알고 신발도 안 신고 밖으로 나갔다”며 “나와서 보니 하늘에 거대한 불꽃과 두꺼운 구름이 있었다. 다친 사람들이 우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톈진항에서 10㎞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연기를 피해 방독면을 쓰고 거리에 나와 잠을 자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인 3명도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부상자 중에는 한국인 3명도 포함됐으며 각각 찰과상과 다섯 바늘 정도 꿰매는 상처를 입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에서는 화재 진압에 투입됐던 소방관들의 희생이 컸다. 톈진 소방 당국에 따르면 소방대원 12명이 숨졌고 36명이 실종됐다. 이들은 연쇄 폭발이 일어나기 전인 전날 오후 10시50분쯤 화재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로 이들이 현장에 도착한 지 20여분 뒤 연쇄 폭발이 발생했다.

특히 한 소방대원이 사고 현장에 출동하며 동료에게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가 공개돼 중국인들을 뭉클하게 했다. 현장으로 가고 있는 소방차 안에서 한 대원은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 아버지는 너의 아버지다. 우리 어머니(무덤) 성묘하는 것도 잊지 말고”라고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받은 동료는 “그래, 너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다. 조심해”라는 답장을 보냈다. 메시지를 보낸 소방관은 사상자, 실종자 명단에 포함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현장은 지옥으로 변했다. 인근에 위치한 50∼60개의 물류회사는 이번 폭발로 폐허가 됐고, 근처 수입차량 야적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도 최소 1000대 이상 파손됐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수입 완성차 야적장이 화재 현장 인근에 있어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남아 있는 불꽃으로 인해 추가 폭발 가능성이 있어 진화와 인명구조 작업도 더디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사고를 보고받고 사고의 책임자를 가려 엄벌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